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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네 사람이 만든 아줌마그룹 ‘소녀시절’의 검색어 1위, 신인 가수 브로(본명 박영훈)의 음원 차트 석권, 유명출판사를 패러디한 외로운 문청(문학청년)의 시집과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소액을 기부 후원하는 자금조달·소셜펀딩)을 통한 영화 제작까지. 영화에서 가요, 출판 등 문화 전반에서 마이너리티의 반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인터넷, 소셜네트워크(SNS) 등으로 인해 주변부의 한 개인도 하루아침에 ‘전국급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소셜펀딩을 통한 영화제작처럼 SNS를 통해 흩어진 개인의 연대가 가능해졌고, 한국의 문화가 다양화되면서 다양한 세대 문화 및 서브컬처(하위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하위 문화 내부의 스타도 가능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인터넷에서는 스스로 풍자물을 만들고 즐기는 활동이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이너리티의 반란은 일회적인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큰 흐름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룹 소녀시대(오른쪽 사진)를 패러디한 ‘소녀시절’이 지난 25일 디지털 싱글 ‘여보 자기야 사랑해’로 데뷔했다. 팀명은 아줌마들이 소녀 시절을 되돌아보며 못다 이룬 꿈을 다시 펼치겠다는 뜻으로 만들었다. 멤버 중에는 무용과를 나와 아이돌 그룹 연습생 출신의 쇼핑몰 모델, 엑스트라로 연기 활동을 한 종갓집 며느리, 성악을 전공한 멤버 등 이력도 다양하다. 막내 멤버는 두 아이의 엄마다. 팀의 기획 의도에 맞춰 데뷔곡은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의 마음을 담은 ‘여보 자기야 사랑해’다. 씨스타의 효린이 부른 SBS ‘주군의 태양’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 곡 ‘미치게 만들어’를 작곡한 안영민이 작곡하고 소속사 김성채 대표가 작사했다.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박준범(36) 씨는 최근 문학과지성사의 ‘문학과 지성 시인선’을 패러디한 ‘문학과죄송사’시리즈를 내고 있다. 그가 패러디한 ‘문학과 지성 시인선’은 문학지망생들이 선망하는 최고 시선집 중 하나다. 박 씨는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이 아닌 서울 홍익대 앞 유어마인드, 서촌의 더북소사이어티 등 작은 서점을 통해 ‘문학과죄송사’ 시인선의 시집 ‘우주는 잔인하다’를 500여 부 정도 판매했다. 독립출판사가 대형서점을 통하지 않고 낸 시집으로는 적지 않은 판매부수라는 것이 출판관계자들의 얘기다.

박 씨는 곧 ‘문학과죄송사’ 시인선 제2탄을 내놓을 예정이다. 영화 ‘만신’에 나오는 ‘걸립(내림굿을 받을 신애기가 마을을 돌며 쇠 등을 모으는 것)’을 패러디해 ‘시걸립’이라는 시집을 준비 중이다.

한편 브로의 데뷔곡 ‘그런 남자’(왼쪽)는 이틀째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1일 발표된 브로의 ‘그런 남자’는 27일 오전 현재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을 비롯해 엠넷닷컴, 올레뮤직, 싸이월드뮤직, 몽키3, 지니 등 주요 음원사이트 6곳에서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5일 신인 걸그룹 벨로체가 ‘그런 남자’의 원곡에 대응하는 가사를 담은 커버곡 ‘그런 여자’를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관심이 한층 증폭됐다. 가수의 인지도와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그런 남자’가 단숨에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온라인에서 다뤄진 ‘김치녀’ 논쟁을 다룬 가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치녀’는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에서 사용하는 한국 여성 비하 표현으로 지나치게 남성에게 의존적인 여성, 분수에 맞지 않게 사치스러운 여성 등을 통칭한 인터넷 신조어다. 가사에는 ‘말하지 않아도 네 맘 알아주고 달래주는 그런 남자’, ‘한 번 눈길만 주고 갔는데 말없이 원하던 선물을 안겨다 주는 남자’, ‘키가 크고 재벌 2세는 아니지만, 180은 되면서 연봉 6천인 남자’ 등 일부 여성들의 이상형을 거론한 뒤 ‘그런 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라면서 반전을 준다. 더구나 ‘왕자님을 원하신다면 사우디로 가세요’라고 조롱까지 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들은 이제 막연히 화려한 것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할 수 있고 정서를 대변하는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깜짝스타가 떠오르는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의 인터넷 문화는 기존의 주류 문화에 대한 반감과 싫증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네티즌들은 새로운 콘텐츠에 지지를 보내고 상업적인 홍보가 없어도 알아서 적극적으로 입소문을 내주며 띄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연·최현미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