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네덜란드를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3일 암스테르담의 ‘안네 프랑크의 집’을 찾아 ‘역사적 사실’과 ‘평화’를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우경화 비판을 적극 방어하고 나섰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네덜란드 스히폴 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첫 일정으로 안네 프랑크의 집을 방문해 “역사적 사실과 겸허하게 마주하고, 사실을 다음 세대에 계승해 세계 평화를 실현하겠다”며 “20세기는 전쟁의 세기였고 인권이 억압된 시대였지만, 21세기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네 프랑크의 집은 ‘안네의 일기’를 쓴 유태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박해를 피해 2년간 가족과 함께 숨어 살던 집을 개조해 만든 박물관이다.

이 같은 행보는 아베 정권의 과거사 왜곡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측근의 난징(南京)대학살 부정 발언 등으로 최근 미국·유럽 등에서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범죄를 부정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 도쿄(東京) 공립도서관 수십 곳에서 안네의 일기와 관련서적 300여 권이 훼손된 채 발견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아베 총리는 안네의 일기 훼손 사건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었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 네티즌들은 아베 총리의 이번 방문을 “위선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AP통신이 보도한 관련 기사에는 “일본인 전범이 합사된 신사를 참배하는 대신 일본인이 죽인 중국인, 한국인, 미국인, 영국인 등 희생자들의 박물관을 방문해야 한다”, “난징대학살 추모 박물관을 방문하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아이디 Nwj를 쓰는 네티즌은 “서방의 입을 다물게 하려는 아베의 싸구려 전략이 또 나왔다”고 맹비난했고, 아이디 HAHA는 “진심이라면, 다른 나라의 악행에 대한 박물관 대신 일본이 저지른 끔찍한 일들을 다룬 장소를 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