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현옥(왼쪽) 고용노동부 차관이 21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에스이를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바리스타를 꿈꾸며 자격증까지 땄지만 외국인이어서 그런지 받아주는 카페가 없었어요.

하지만 카페오아시아에서 저에게 기회를 줬고, 벌써 1년 가까이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제 손으로 작은 카페를 차려서 운영하는 꿈도 가지게 됐어요.”

(카자흐스탄 이주여성 손타치아나(31) 씨) “북한에 가족을 두고 한국에 와서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전에 있던 회사에서 적응도 못했고, 소외감 때문에 성격만 날카로워졌었죠.

하지만 이곳에 와서 비슷한 사정의 동료들을 만나고, 정도 나누면서 생활도 많이 안정됐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청소반장도 맡게 됐어요.”

(북한이탈주민 이남순(여·48) 씨)

21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에스이(SE). 정현옥 고용노동부 차관이 이곳 직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저마다의 ‘희망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전체 근로자 130명 가운데 118명이 이주여성, 북한이탈주민,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회소외계층으로 이뤄진 만큼 방황과 아픔의 얘기가 많은 곳. 하지만 직원들은 아픔보다 희망과 꿈에 대한 얘기를 하느라 분주했다. 좋은 일자리 하나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실감케 하는 자리였다. 정 고용부 차관도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회적기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또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118명의 희망 노래는 포스코로부터 시작됐다. 포스코는 2010년 4월 자본금 13억 원을 출자해 포스코건설 본사의 청소와 주차관리를 담당할 사회적기업 송도에스이를 설립했다. 지분의 85%는 비영리단체인 한국YWCA 등에 기부해 실질적인 운영을 맡도록 했다.

송도에스이는 첫해 이주여성, 고령자, 북한이탈주민 등 50여 명의 근로자를 고용해 10억2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포스코 연구·개발(R&D)센터의 청소 및 주차관리도 맡게 됐고 지난해에는 고용인원 130명, 매출액 34억 원으로 규모가 늘었다.

송도에스이는 이렇게 얻은 수익 대부분을 고용 확대, 직원 복리후생 향상, 미취업 취약계층 지원 등에 쓰고 있다. 직원들의 월급은 130∼150만 원으로 동종업계에서 높은 수준이고, 대기실과 샤워실 등 복지 공간도 늘리고 있다. 직원들에게 웃음치료나 금융교육도 하고 자격증 취득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포스코의 공간 지원을 받아 사회적협동조합 형식의 카페 ‘카페오아시아’ 2곳을 열어 이주여성 6명을 더 고용했다. 대외적으로는 인천지역에 소재한 사회적기업과 북한이탈주민 등 미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료로 청소교육을 실시해 지난해의 경우 교육인원 176명 가운데 113명이 취업에 성공하는 기록도 남겼다.

하지만 송도에스이의 가장 큰 성과는 역시 직원들의 변화다. 송도에스이 사무실 벽 한쪽은 서로에게 쓴 감사의 편지로 채워져 있다. ‘동료들과 매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남한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잘 이끌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며 오고간 편지들에서 직원들이 서로에게 위로를 받고 일어섰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동료 의식 속에서 북한이탈주민 39명 전원을 비롯해 직원의 90%가 기초생활수급에서 벗어나는 등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도 했다.

송도에스이 관계자는 “직원들이 상처와 아픔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정서적으로 의지를 많이 한다”며 “회사에 들어오고 1년 정도 후에는 직원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등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고용부 차관은 이날 “사회적기업은, 꼭 필요하지만 방치된 틈새 수요를 메우면서 시장과 공동체의 장점을 접목한 제3의 대안”이라며 “앞으로도 포스코 등 대기업이 경영노하우와 사회공헌자금 등을 통해 사회적기업 확산에 적극 기여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사회적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영컨설팅, 판로개척, 민간네트워크 구축 등 생태계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송도 =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