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韓美日) 정상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되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중 성사될 것이라고 한다. 3자 회담 형식을 빌리긴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처음으로 마주앉게 된다. 두 정상은 비슷한 시기에 집권했음에도 1년 이상 회담을 갖지 못했다. 한·일 수교 49년 만에 최악의 냉각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일 사이의 수많은 현안을 고려할 때 이런 형태로라도 회담을 갖는 것은 일단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국가 간 ‘최고 협의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자칫 잘못되면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박 대통령이 ‘회담을 위한 회담은 무의미하다’며 끝까지 머뭇거린 배경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회담이 열리게 되면 서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피하지 말아야 함을 말해준다.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일·중 관계가 복합적으로 꼬이게 된 직접적 원인은 아베 총리의 그릇된 역사 인식 때문임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3자 회담은 물론 양자 회담을 하더라도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아베 총리의 행보는 이런 우려를 높여주기에 충분하다. 이번 3국 정상회담이 비록 약식회담 형식이지만 꼭 필요한 말은 짧게라도, 반드시 선명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3국 정상이 만나면 북핵 문제 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침략과 제국주의 역사를 미화하는 아베 총리의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목엣가시처럼 다른 중요한 현안의 발목을 계속 잡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역사 일탈이 세계 평화와 인류 보편의 가치에 어긋난다는 점을 당당히 짚을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가 반발해도 상관없다. 그럴 경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입장을 밝히게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무라야마·고노 담화 수정, 독도 도발 등에 대한 면죄부로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