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3년 독립을 염원하면서 미국 워싱턴DC 아메리칸대 교정에 심은 한국 벚나무가 눈 속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다.

3월도 하순이지만 워싱턴DC는 아직 눈에 덮여 있다. 이번 겨울에는 연방정부가 다섯 번이나 ‘셧다운’됐을 정도로 유난히 많은 눈이 내렸다. ‘이번이 마지막 눈이려니’ 하는 예상은 번번이 빗나갔다. 하기야 지난해 3월 25일에도 7㎝ 정도 눈이 내렸고, 2007년 4월에도 눈발이 흩날린 기록이 있으니 겨울의 끝이 언제일지는 모르겠다.

올해도 어김없이 워싱턴DC의 벚꽃축제가 개막됐다. 아직 벚꽃은 피지 않았지만 축제가 시작된 20일 8번가 펩코 갤러리에서 아트 쇼가 열렸고, 다른 곳에서도 종이 벚꽃 전시회가 개최됐다. 올해 102주년을 맞은 워싱턴 벚꽃축제는 4월 13일까지 이어진다. 벚꽃의 절정기는 4월 8∼13일로 예상됐다. 페스티벌 주최 측에서는 아트 쇼 홍보를 하면서 홈페이지에 기모노(着物) 차림의 흑인 여자 어린이의 사진을 올렸다. 각종 일본문화 소개행사도 열린다.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매사추세츠 애비뉴의 아메리칸대(AU) 캠퍼스를 찾았다. 71년 풍상이 껍질에 어려있는 벚나무 세 그루를 만났다. 나무 아래 표석에 쌓인 눈을 치웠다. ‘한국 벚나무(Korean Cherry Trees), 억압받는 한국 민중의 독립과 민주주의 실현 공유의 상징으로, 이승만 한국 초대 대통령과 폴 더글러스 AU 총장이 1943년 4월 8일 이곳에 심다.’ 줄기가 톱에 썰려 나가고, 고르게 햇볕을 받지 못해 갈라졌어도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워싱턴DC 벚꽃축제는 1912년 오자키 유키오(尾崎行雄) 도쿄(東京)시장이 미·일 선린우호 차원에서 벚나무 3000여 그루를 기증하면서 시작됐다. 벚나무는 시내 한복판 포토맥 강변 타이달 베이슨 부근에 심어졌다.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려도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과거사 부인 태도는 속내까지 변하지는 않을 듯하다.

원래 유키오 시장은 한·일이 병합되던 1910년에 벚나무 2000여 그루를 미국에 선물했다. 하지만 어떤 곡절인지 수송과정에서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그 나무들은 한국에서 가져가 묘목을 내린 제주 왕벚나무였다. 오는 4월 13일 대한민국 상해임시정부 수립기념일에는 포토맥 강변의 벚나무 가지를 하나 꺾어 AU의 한국 벚나무 아래에 갖다 놓아야겠다.

워싱턴 = 글·사진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