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인공관절 수술이 증가하고 있지만 고령 환자들은 만성질환 여부를 점검한 뒤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 인공관절 수술은 1단계로 수술 부위를 소독한 뒤 2∼3단계로 병든 관절과 연골을 제거하고 4단계에서 인공관절을 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고령화 시대와 함께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인공관절 수술은 연간 2만5000건에 달한다.

이에 따라 퇴행성 관절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인공관절 전문병원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이 간단해지고 정교해지면서 수술을 받는 노인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들이 ‘수술’을 받아도 몸에 무리가 없는지에 대한 의문도 뒤따른다. 또 ‘과연 몇 살까지 수술을 받는 게 좋을까’ ‘수술을 꼭 받아야 하나’ 등 질문이 적지 않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 늘어나는 인공관절 수술, 과연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살펴봤다.

◆삶의 질 저하시키는 ‘통증’= 먼저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수술 결정 이유부터 확인해봤다. 대부분이 ‘통증’ 때문이다. 관절전문병원 힘찬병원에 따르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530명 중 80%(424명)는 수술을 결심하게 된 주된 요인으로 참기 힘든 ‘통증’을 꼽았다. 그 다음 고민이 ‘보행 불편’(236명, 44.5%)이었다.

미국질병통제본부(CDC)는 관절염을 심장질환 다음으로 사회적 활동제약을 가장 많이 받는 질환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절염은 단순히 관절이 불편한 정도의 질병이 아니라 통증으로 인해 걷기, 옷 입기, 목욕, 숙면의 어려움 등 직접적인 생활 불편 외에 심리적 우울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질병이다.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 보행 불편, 수면장애 등은 노년기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다.

특히 관절염 환자들은 신체구조상 노화가 진행되는 60∼80대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줄기세포 한방 치료 등 여러 가지 비수술적인 관절염 치료기법이 나오고 있지만, 고령의 노인들에게는 관절염 증상을 다소 완화시켜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즉 고령의 관절염 환자에게는 인공관절 수술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되는 것이 수술 결정의 주된 요인이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평소 몸이 전체적으로 허약했던 노인이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후 체계적인 재활과정에서 몸 건강상태가 전체적으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또 고령에 수술을 극복했다는 심리적인 만족감으로 삶의 의욕이 높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인공관절 수술 등으로 활동량이 늘어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높아지면서 노년기 당뇨, 고혈압, 치매 등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 논문들이 세계학회에서 보고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몇 살까지 받을 수 있을까= 인공관절 수술은 몇 살까지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정확히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고령 환자의 경우 수술 시간을 견딜 만큼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면역력이 약해 감염이나 상처치유 지연에 대한 부담이 있어 환자별 몸 상태가 중요하다. 다만 인공관절 수술이 한층 안전해지면서 고령 환자의 수술이 증가하고 있다.

힘찬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1만2509명 중 1189명(9.5%)이 80대 이상의 고령 환자다. 최근 들어 컴퓨터단층(CT)·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을 비롯한 영상 검사 기술의 발달은 고령 환자의 체력이 객관적으로 수술이 가능한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또 노인 마취 기법이 발달해 호흡곤란·폐렴 등 합병증 우려 때문에 수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줄고, 과거처럼 수술 절개부위가 크지 않고 최소 부위만 절개하는 수술 기법으로 발전했다. 아울러 무수혈 수술, 우주복 형태의 수술복을 착용하는 무균시스템을 통해 감염률을 낮추는 기술도 나왔다. 인공관절 수술 시간도 10년 전 3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어들어 고령자도 무리 없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수술 전 내과 점검 필수= 고령 환자들이 인공관절 수술을 받을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내과적인 문제다. 평소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은 수술을 결정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과적 처치를 통해 혈당과 혈압 조절을 병행하면 인공관절 수술이 가능하다. 다만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약한 상태이므로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오랜 기간 병력이 있는 환자는 수술 전 도플러 초음파 검사 및 동맥경화 검사 등으로 하지 혈류 장애로 인한 위험성을 가려내야 한다. 심장 수술 경험이 있을 때에도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 신장투석을 받거나 부정맥, 심한 간질환이 있을 때에는 해당 질환의 주치의 소견이 필요하다. 아스피린제제 등의 혈전제는 수술 시 발생하는 출혈의 지혈과 관계있는 만큼 복용 중인 경우 일정기간 투약을 중단해야 수술이 가능하다. 질환이나 혈전제 약물 복용 기간에 따라 투약을 중단해야 하는 기간이 달라진다. 또 평소 하지 부종이 심한 사람은 감염 우려가 크고, 골다공증이 심한 사람은 수술 후 골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최근에는 인공관절 수술 전후 내과 협진을 통해 다른 내과 질병으로 인한 감염 예방조치, 수술 후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한다면 고령 환자라 하더라도 인공관절 수술이 가능하다. 반면 수술 결과에 대한 환자의 과도한 기대나 우울증 등 심리적 문제 등에서 비롯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원호현 목동힘찬병원 전문의는 “인공관절 수술이 아무리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해도 아프기 전 본래의 관절과 같지는 않다는 점과 좋은 점만 있는 완벽한 수술은 없다는 것을 환자들이 인지한 상태에서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며 “또 심리적인 긴장이나 긴 재활에 대한 두려움 등 환자 개인별 성향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