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정수/이화여대 교수·행정학

시장에는 공짜가 없다. 그러나 정부의 서비스는 공짜인 것으로 오해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교환의 법칙이 적용된다. 가격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서비스가 주어지지 않고 큰 어려움 없이 비용을 지불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

반면에 국가로 호칭되는 중앙정부도 그렇고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로 지출은 필요에 따라 이뤄지지만 수입은 세금이라는 강제적인 방법으로 거두게 되기에 정부 서비스에는 가격이 존재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의 서비스는 공짜인 것처럼 여겨지곤 한다.

과연 공짜일까? 국회나 지방의회 또는 대통령이나 시장·도지사·군수·구청장과 같이 주민을 대신해 지출의 용처, 즉 필요를 정하고 누가 얼마나 세금을 내야 할지를 정하도록 권한을 위임받는 사람들은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대리인으로 선임된다. 대리인으로 선임이 되기 위해 많은 공약(公約)을 내걸고 주민의 인심을 얻으려 애를 쓰지만 선출되는 순간 주민의 선호와 부담을 고민하기보다는 다음 선거 당선을 감안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도 나타났고, 오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리인으로 선출되고자 하는 정치인들은 앞을 다퉈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무상(無償)버스 공약이다. 무상급식이라는 공약을 처음으로 내걸어 ‘3무1반’이라는 보편적 복지정책을 이끌어내 경기도 교육감에 당선된 김 교육감으로서는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섬에 있어 또 한 번의 큰 한 방을 찾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나온 한 방은 대중교통의 공영화에서 나아가 무상버스 서비스를 통해 주민의 교통 소비를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큰 고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시산에 따르면 서울시와 유사한 버스 서비스의 공영화를 위해서는 연간 5000억 원 수준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공영화가 아니라 전적으로 무료 서비스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임은 분명하지만 이를 고민하기보다는 주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공약이 더 급했을 것이다.

무상버스 서비스의 폐해를 생각해보자.

먼저,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경기도 내 버스 서비스를 무료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경기도 예산의 상당 부분을 전용(轉用)해야 한다. 이미 재정위기에 처해 있는 경기도의 경우 추가적인 도민 부담, 즉 지방세를 더 걷는 대안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다른 서비스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박근혜정부도 대선공약 가계부를 통해 추가적인 복지 서비스 공급을 위해 임기중 130조 원의 재원 마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80조 원에 이르는 기존 예산을 구조조정하기로 했지만 그 실적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증세(增稅)로 귀결되거나 빚이 늘어나 다음 세대 부담으로 떠넘기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음으로, 경기도는 서울시와 경계를 함께하고 있고 강원도·충청남도·충청북도 등과도 경계를 나란히 하고 있어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버스만 무료화하는 경우 지하철 등 대체 교통 수단과의 선택 왜곡도 발생할 수 있다. 엄청난 수요와 공급 균형의 왜곡으로 인한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주민의 선택에 의해 대중 교통 서비스에 일정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무료 서비스화는 엄연히 다른 선택지라는 점을 분명히해야 한다. 경쟁을 원천적으로 배제해 버린 교통 수단의 무료화로 인한 자원 배분의 왜곡과 비효율은 고스란히 주민 부담으로 남게 된다.

현명한 주민의 선택이 제대로 된 지자체의 서비스를 결정한다. 이제는 주민이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