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만능줄기세포 ‘스탭(STAP·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 자극 야기 다능성 획득)’ 세포 논문 조작 의혹은 과학 강국 일본의 명성에 큰 상처를 냈다.

연구를 주도한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 이화학연구소 연구주임의 성공사례는 나이, 성별, 직급을 타파한 일본 과학 문화의 표본으로 평가됐었다. 일본 언론들은 기존의 학설을 완전히 뒤집는 연구를 해낸 동력을 젊은이의 창의력에서 찾으면서 ‘상식을 돌파하는 젊은 힘’이라고 칭송했다.

스탭 세포 논문은 유전자 기술 분야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의 새로운 자랑이기도 했다.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京都)대 교수의 유도만능줄기(iPS)세포 제작에 이어 이를 한 단계 도약시킨 세기의 발견이 또다시 일본에서 나왔다는 자부심이었다.

환호가 컸던 만큼 조작 논란에 대한 비난은 매섭다. 논문 발표 당시 ‘이과 여성의 발상이 상식을 뒤엎다’ 제하의 사설을 실었던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2일 사설에선 “의문에 정면으로 답하라”면서 “이번 문제가 일본 생명과학연구의 신뢰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앞치마 차림의 리케죠(理系女·이과 전공 여성을 뜻하는 약어)’에 눈을 빼앗겼었다”며 “(논문조작 문제에) 이 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해 온 일본의 명예가 걸려있다”고 했다.

오보카타가 소속된 이화학연구소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이화학연구소는 지난 2월 논문 조작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후 한 달 이상 조작은 없다며 연구 성과를 옹호해왔다. 지난 5일에는 스탭 세포 제작 순서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기까지하면서 반박에 나섰었다.

그러나 공표한 제작 방법 중 일부가 연구 논문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역풍을 맞았고 공동저자의 ‘양심 선언’까지 나오자 결국 논문 철회를 검토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일각에서는 문부과학성 산하 독립행정법인인 이화학연구소가 정부 지원금을 노리고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학계 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이화학연구소는 스탭 세포 논문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기자회견에 오보카타를 등장시키면서 젊은 여성 과학자의 이미지를 내세워 크게 주목받았다”면서 “고액의 정부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이화학연구소가 연구자금을 대고 있는 정부를 향해 화려한 홍보 전략을 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