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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란 옷이 좋아 / 이상희 글, 이경석 그림 / 시공주니어

5인 5색의 개성만점,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다섯이 함께 해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의리의 다섯 쌍둥이가 벌이는 썰매타기 작전은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제목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노란색을 입어야 직성이 풀리는 막내 때문에 그 재미있는 썰매타기를 놓칠 위기에 빠진 쌍둥이들. 원주에서 그림책 전문 도서관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를 운영하며, 다양한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는 이상희 작가가 쓰고, 만화가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변신한 이경석 화가가 재미있게 그렸는데, 이 두 작가의 협업이 조화롭다. 글 텍스트는 “막내야 어서 나와” “잠깐만 바지 입고”처럼 짧은 한마디 대사가 전부지만, 짧은 텍스트에 다 하지 못한 사건, 이야기, 아이들의 심정이 일러스트에 자세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두 작가의 이 같은 긴밀한 팀워크 때문에 그림책은 아이들의 조마조마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아이들 마음에 몰입해 그림책을 보면 진짜 스릴 넘친다. 썰매를 탈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겨울. 다섯 쌍둥이는 현실 속 우리 아이들이 그렇듯 실내복 차림으로 집 안에서 뒹굴뒹굴한다. 쌍둥이기에 얼굴도 체격도 비슷하지만 개성은 제각각이다. 아이들의 개성은 좋아하는 색깔로 표현되는데, 다섯 명은 각각 빨강, 파랑, 초록, 보라, 노랑의 옷차림이다.

책장을 열자마자 막내가 창밖에서 썰매 아저씨를 발견한다. “썰매 아저씨다.” 심심하던 아이들은 순식간에 좋아하는 색깔 차림으로 무장하고 나온다. 마음 들뜬 아이들이 나가려는 찰나, 누가 “앗, 막내!”라고 외친다. 노란색을 유난히 좋아하는 느릿느릿한 막내는 옷장을 뒤져 방안 가득 옷 무더기를 만들며 노란 바지, 노란 윗도리를 찾아 입는다. 그러는 사이 동네 아이들이 썰매 아저씨 주위에 몰려들고, 아이를 가득 실은 썰매는 신나게 언덕을 내려가버린다. 쌍둥이 네 형제는 “막내야 어서 나와”라고 외치지만 막내는 노란 양말, 노란 장갑과 노란 모자를 포기할 수 없다.

그런데 기특하게도 아이들 중 누구 하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막내를 잡아채 오지 않는다. 대신 네 쌍둥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로봇놀이를 하고, 졸면서 막내를 기다린다. 이어 뛰어가고, 넘어지고, 눈밭에 빠지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은 결국 썰매를 탄다. 눈물 콧물 범벅인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은, 결국 함께 놀아야 즐겁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섣불리 엄마 아빠를 등장시키지 않고 개성 넘치는 아이들이 서로 재촉하고, 기다리고, 넘어지고 배려하며 마지막에 함께 큰 기쁨을 얻도록 만들어 어린이 독자들이 재미있게 보면서도 자연스레 따뜻한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좋은 그림책이 그렇듯 일러스트 속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 넘겨볼 때마다 새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