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공부, 어른도 공부, 학교에서도 공부, 직장에서도 공부, 어디에서도 공부를 말한다. 그렇게 공부를 강조하지만 정작 학습(學習)의 악습(惡習)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학습의 악습은, 학습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기 때문에, 학습의 효율성을 죽이는 것이기 때문에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공부의 절대 시간보다 악습의 교정이 더 긴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학습의 악습,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가령 책을 읽는 모습을 보자. 마지못해서 읽고 건성으로 읽는다. 또는 마음은 콩밭에 있고 글자를 구경하듯 그렇게 읽기도 한다. 때로는 차분하게 읽기도 하지만 몇 분을 못 가서 이내 변심하면서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또 한 시간을 공부하기로 작정이 되어있다면, 공부는 뒷전이고 한 시간을 채우는 게 목적이 된다. 뿐만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지가지의 기묘한 계산과 간사한 심사들이 난무한다. 이건 시험에 나올까, 안 나올까 저울질 하면서 책을 본다.

말하자면 우리들의 학습이란 것은 가지가지의 날림공사, 부실공사, 실적주의의 악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진정성이 없다. 책을 마주하는 진정성이 없다. 진정성이 없는 학습을 하니까, 마음에 없는 짓을 하니까 스스로 지치기 마련이다. 학습에 진전이 없다.

때문에 책을 마주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읽고 있는 그 순간에 자신을 어지럽히고 있는 그 악습을 직시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그걸 방치하고서는 학습에 진전이 있을 수 없다. 진정성이 없는 학습(學習), 악습만 점점 더 조장한다. 악습을 학습하게 된다.

소위 화두라는 것도 그렇다. 그냥 평생 동안 붙잡고 있다고 화두가 깨트려질까? 천만의 이야기다. 진실한 한 순간, 진정성이 작동하는 그 한순간에 깨트려지는 것이지 거기에 절대시간이란 것은 없다.

학습(學習)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거기에는 지속적인 수고와 반복적 노력이 따른다. 그러나 그것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지난날의 잘못된 습관, 악습이 강력하게 저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놓고 신구(新舊)의 충돌과 갈등이 벌어진다. 구 버전에 머물 것인가,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인가? 결국 게으름이 문제다. 게으름이 발동하면 지난날의 관성으로 회귀할 것이고 반면에 부지런하면 관성의 중력장을 탈출할 것이다. 게으르면 게으를수록 학습에 대한 저항감은 커지고 부지런하면 부지런할수록 학습에 대한 저항감은 사라진다. 부지런하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변화에 대한 의지가 강렬하다는 이야기이도 할 것이다.

끝으로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편하게 느껴지지만 자기가 잘 모르는 것, 미지의 것에 대해서는 저항감을 느낀다. 심할 경우는 적대감을 느낀다. 또 미지의 것을 새로 알아가는 수고를 귀찮게 여긴다. 미지의 것에 대해 저항감과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자기 변화를 거부하는 생리다. 지금 이 모양 이대로 살자는 거고 ‘삶의 진보’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것이 학습에 대한 자기저항의 뿌리다.

배영순(경세학교 교사/ 전 영남대교수 baeysoon@yumail.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