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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 옛날 어린 시절에는 호랑이가 제일 무서웠다. 성장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사람이 제일 무서운 존재였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깨닫게 된 것은 나 자신이다.

내가 나는 제일 무섭다. 세상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세상을 무섭게 느끼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내게 주어진 현실을 힘들게 받아들이며 불평하다 보면 내가 사는 세상은 힘겨운 세상이 되고 만다. 세상이 나를 만드는 것 같았는데 내가 사는 세상은 내 마음과 생각에 따라 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었다. 나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내 인생이 움직이고 있었다. 알고 보니 내가 내 마음을 지킬 수 없을 때 나는 나를 지킬 수 없었다. 왜 나는 나를 지킬 수 없을까? 내 안에 있는 욕심과 두려움 때문이다.

한 방송에서 배우 한혜진은 “어떤 선택 앞에서 나를 지키려는 마음이 들어가면 어떤 선택도 못 한다. 무엇을 하겠느냐, 무서워서.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때도 그렇고, 작품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를 지키겠다는 마음만 내려놓으면, 그게 본인에게 복이 돼 돌아온다고 생각한다”고 인터뷰했다. 두려움이 나를 지배하는 한 나는 힘들고 어려운 인생을 벗어날 수 없다. 아무것도 잃어버릴 것이 없는 인생은 마음과 생각이 가뿐하다. 갖고 싶은 것이 없으니 안달복달하면서 욕심스럽게 살아갈 필요가 없다.

그런데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이다. 욕심 없다고 말은 하는데 눈을 감고 뜨면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생긴다. 사람을 병들게 하는 욕심을 조절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욕심을 버리면 평안하고 자유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데 욕심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온갖 두려움의 포로로 만들어 버린다. 욕심과 두려움은 샴쌍둥이처럼 같이 다닌다.

내 인생을 두렵게 만드는 욕심을 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욕심을 버리려고 노력하지 말고 포기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포기함으로써 더 이상 나를 욕심 가운데 머물러 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말이 그렇지 포기하는 게 쉽지 않다. 포기하기 위해서는 내가 나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왜 그렇게 그 일이 중요한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그 정당성과 필요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단순히 욕심을 채우려는 일인지 아니면 꼭 이뤄야 할 중요한 일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욕심을 채우기 위한 일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우리는 스스로 미련 없이 포기하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중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욕심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생활비와 교육비가 급증했다.

졸음을 이길 장사가 없다고 하더니 돈을 이길 힘이 없었다. 돈이 있어야 아버지 노릇도 할 수 있다. 이것 참 난감한 일이다. 마음과 달리 현실은 급급하고 쪼들렸다. 욕심을 버리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지금 필요한 돈들이 충족되면 욕심이 없어질까? 그렇지 않았다. 주어지는 대로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방법도 있었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없는 대로 맞춰서 살아가보자. 넉넉해서 풍성한 식탁을 마주할 수 있으면 맛있게 먹고, 쪼들려서 어려우면 간편한 식탁에 둘러앉아 즐거움으로 맛있게 먹고 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포기가 아니라 생각의 전환이었다. 욕심이 포기라는 이름으로 빠져나간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마음과 생각들로 채워 나가는 생각의 전환을 연습했다. 전에는 두려웠고 조급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중년이었는데 이제는 한결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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