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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철인 3월 초, 예비 외교관들인 국립외교원 학생들은 때아닌 학기말시험을 치르느라 정신없다. 지난해 12월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에 들어온 지 한 학기 과정을 이수한 직후다. 외무고시를 대신해 만들어진 국립외교원 외교관 후보생 1기 43명은 27.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곳에 입교했다. 총 49주 과정, 3개 학기를 이수해야 하는데 국립외교원 규정에 따라 이들 중 10%에 해당하는 4명은 외교관 임용에서 탈락하기 때문에 첫 관문인 이번 기말시험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단 한 번의 시험 통과로 외교관이 됐던 외무고시는 지난해 47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국립외교원은 외교환경에 적합한 역량 있는 외교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2012년 3월 1일 외교안보원을 확대 개편해 만들어졌다.

외무고시를 대체했다고 하지만 후보생이 되는 것 자체부터 만만치 않다. 1차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와 2차시험인 전공평가(국제정치학·국제법·경제학) 및 학제통합 논술시험,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이외에도 한국어와 영어, 제2외국어는 별도의 자격요건을 두고 있다. 기존 고시 수준의 공부량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시험과목은 기존 외무고시와 비슷하지만, 학제통합 논술이 신설되고 외국어가 자격요건으로 바뀌었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외무고시 경험이 있는 후보생 1기 천효정(여·24) 씨는 “외무고시와 비교해 국립외교원 입교 시험이 공부량은 비슷할지 몰라도 통합논술 등 생소한 부분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외교관 임용까지 이수 과정은 학생들에게 긴장의 연속이다. 3개 각 학기는 12주 과정으로 일반대학에 비해 기간은 짧지만 수강 과목은 학기당 10과목이 넘는다. 첫 학기는 ‘공공윤리와 외교관’, ‘외교협상의 기초’, ‘문서의 이해’ 등 외교관으로서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을 필요로 하는 과목들이 주로 들어가 있다. 2·3학기는 ‘협상 및 외교역랑 종합연습’, ‘강대국 외교정책의 이해’, ‘글로벌 거버넌스 외교’ 등 심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내용도 전문적이지만 외교원 강의의 50∼60%는 영어로 진행된다. 이수 과목 중 성취도가 5.0 만점에 2.5를 넘지 못하는 과목이 70%가 넘는 후보생은 임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외교관이 되기까지 최대 복병이다. 어느 과목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교관 후보생들은 49주 동안 자율학습기간 2주를 제외하고는 방학이 없다. 1학기가 끝나면 3주간 중앙공무원교육원에 입소해 행정고시 합격자들과 합동교육을 받는다. 이후 6주 동안은 영어집중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2학기와 3학기 후에는 각각 1주간의 현장학습과 종합연습이 기다리고 있다. 외교관 임용경쟁이 치열한 탓에 주말에도 나와 공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경태(31) 씨는 “3개월에 10과목 이상을 이수해야 하다 보니 자칫 뒤처질까 많은 후보생들이 밤늦게까지 공부한다”고 전했다.

국립외교원의 특징 중 하나는 기존의 외교관 선발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지역·분야의 전문가를 뽑는 것이다. 43명의 후보생 중에는 일반외교 32명을 제외하고 지역외교(중동·중남미·아프리카·아시아·러시아 등) 과정 8명과 전문외교(군축·에너지·국제통상·개발협력·국제법 등) 분야 3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학기 과정 중 시험과 함께 해당 분야의 전문 논문을 제출하게 된다. 선발방식의 다양화로 기존 ‘고시생’과는 다른 국제적 경험을 쌓은 후보생도 모집할 수 있었다. 2010년 아랍의 시민혁명이 한창일 때 이집트에서 공부 중이었다는 이유정(여·26) 씨는 “시민혁명을 직접 보며 아랍에서 한국의 역할과 중동분쟁에 관심이 생겨 외교원 후보생 과정에 지원했다”며 “민주화를 먼저 이룬 한국의 외교관으로서 아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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