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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우경화와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갈수록 냉각되고 있지만 자동차 분야에서만은 ‘훈풍’이 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독일 디젤차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한·일 간 ‘하이브리드차 연맹’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많은 차를 사는 소비자에게는 배출량에 따라 저탄소 협력금을 부과하고, CO₂ 배출량이 적은 차를 사는 소비자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하이브리드차는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타는 차’라는 잘못된 편견을 렉서스 등 일본의 프리미엄 하이브리드차가 깨뜨려 주길 바라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현대·기아차가 위축된 하이브리드차 내수 시장을 함께 확대해 주길 원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인식 전환과 보급 확대 부문에서 한·일 업체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3년 수입차 전체 판매량(15만6497대) 가운데 디젤차 비중은 62.1%(9만7185대)다. 수입차 판매 톱 10 가운데 1위인 BMW 520d를 포함해 8개가 디젤 모델이며 모두가 독일산이다.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은 3.7%(5835대)에 불과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 속에서 유가가 급등하면서 CO₂ 배출량이 적고, 연비가 좋은 독일 클린 디젤차들이 한국에서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경우 지난해 전체 판매량 2만3853대 중 93%(2만3853대)가량이 디젤차였다.

그러나 독일 디젤차에 대한 일본 하이브리드차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올해 들어서는 국산 하이브리드차도 반격에 동참하고 있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는 지난해 전체 판매량(5425대) 중 62%인 3365대가 하이브리드 차량이었다. 2012년 대비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78%가량 늘었다. 지난 1월에는 대표적인 하이브리드차인 ES300h의 경우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렉서스와 토요타는 LS600h를 비롯해 ES300h, GS450h, CT200h, 프리우스 등 7개 하이브리드 모델로 수입차 하이브리드 시장의 96%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지난 1월 그랜저 판매량의 14.2%를 차지하는 1156대를 판매했다.

업계 관계자는 “렉서스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늘면서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이 같은 영향으로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기름값을 아끼는 차’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차’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렉서스 ES300h는 최고 출력 204마력에 복합연비 16.4㎞/ℓ, CO₂ 배출량은 103g/㎞다. 520d보다 연비는 0.5㎞/ℓ 떨어지지만 CO₂ 배출량은 12g/㎞ 적고, 최고 출력은 20마력가량 높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시행되면 CO₂ 배출량이 적은 ES300h가 520d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렉서스와 토요타는 올해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3개 모델을 하이브리드 라인업에 추가할 예정이다. 기아차도 3월 개막하는 제네바모터쇼에서 새로운 형태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선보이는 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로 친환경차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독일차에 완전히 밀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한·일 업체에 작용하고 있다”며 “이런 위기감이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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