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늙은이 열두살 소년의 온갖 걱정

★밤 10시의 질문(케이트 드 골드 지음, 이주희 옮김/돌베개) = 뉴질랜드의 대표작가 케이트 드 골드의 성장소설. 애늙은이 소리를 들을 만큼 신중하고 착실한 열두 살 소년 프랭키는 걱정이 많다. 화재경보기의 배터리가 다 닳지는 않았는지, 고양이한테 해충이 옮은 건 아닌지, 조류 인플루엔자가 갑자기 퍼지면 어떡할지, 모든 것이 걱정스럽다. 프랭키는 온갖 걱정과 두려움이 머리를 갉작거리는 소리를 내면, 매일 밤 10시에 엄마방을 찾는다. 프랭키의 걱정을 잘 들어주는 엄마는 누구보다 다정하고 따뜻하지만 광장공포증 때문에 9년째 집밖에 나가본 적이 없다. 따뜻하고 개성 넘치는 인물, 재치 있는 표현과 익살스러운 문체, 사춘기 소년의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스쿨버스서 알게된 소년·소녀의 우정

★엘리노어& 파크(레인보우 로웰 지음, 전하림 옮김/보물창고) = 지난 2013년 미국의 학부모 단체들은 사서협회가 추천한 이 책을 금서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불매운동을 벌였다. 너무 많은 욕설과 선정적인 장면이 등장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교사나 사서들은 오히려 이 책이 청소년들의 현실을 정확하고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칭하는 한국계 혼혈아 파크와 빨간 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엘리노어는 스쿨버스에서 나란히 앉아 통학을 한다. 하지만 파크는 엘리노어를 철저히 무시하고, 버스에서도 헤드세트를 낀 채 만화책에만 집중한다. 그러던 어느날 이들은 만화와 음악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발견하고 차츰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엄마·여동생과 감옥에 사는 디에고

★택시 소년(데보라 엘리스 지음, 윤정숙 옮김/천개의 바람)= 열두 살 소년 디에고는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산세바스티안 여자 감옥에 산다.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광장 맞은편 남자 감옥에는 아빠가 있다. 가난한 농부였던 아빠와 엄마가 코카인을 운반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지 4년째. 디에고는 8세때부터 죄수 아닌 죄수처럼 감옥에 산다. 디에고는 감옥의 ‘택시’이다. 택시는 감옥에 살지만 죄수가 아니기 때문에 감옥과 바깥 세상을 연결해줄 수 있어 죄수들의 심부름을 하고, 심부름값을 받는 아이들이다. 디에고에겐 택시로 세상에 나갈 때가 유일한 자유 시간이다. 국제학교 도서관 사서협회 추천 도서, 미국 도서관협회 최고의 청소년 도서 등 수상 내력이 화려하다.

인터넷 여친 만나려 살빼고 싶지만…

★내 이름은 버터(에린 제이드 랭 지음, 남길영 옮김/바다) = 지난해 미국 청소년도서관협회 선정 우수 청소년 도서이다. 버터의 겉모습은 190㎏에 육박하는 거구 비만아이지만 그 내면의 목소리는 사랑스럽다. 현실에서는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정도로 친구들에게 완전히 무시받는 왕따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에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선 버터에게도 여자 친구가 있다. 그를 멋쟁이라고 불러주는 안나. 친구들과 쇼핑을 하는 것보다 그와 채팅하는 것이 더 좋다는 안나는 자신을 위해 직접 작곡한 곡을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버터와 실제로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버터는 사이버 공간에서처럼 멋진 모습으로 안나 앞에 나타나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10㎏의 감량도 어렵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