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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와 쟁취를 경험한 베이비붐 세대, 아예 시작부터 좌절된 88만 원 세대 사이에 한국 사회 40대와 50대를 신(新) 중년, F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신세대라는 화려한 조명 속에 등장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라는 어두운 터널로 밀려들어간 첫 청년실업 세대이기도 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그나마 장기근속을 할 수 있는 직장 분위기 속에서 인생의 황금기를 보낼 수 있었지만 F세대는 정년퇴직이나 장기근속도 쉽지 않은 세대로서 자신들 삶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집중한다.

한국 사회 신중년 F세대, 이들의 인생을 상징하는 ‘F’가, 실패의 ‘Failure’나 ‘F 학점 인생’으로 정의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F세대는 길이 없는 길을 가야 하고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선 세대처럼 살면 되는 줄 알고 그대로 따라 살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앞선 세대는 IMF 구제금융과 함께 무너진 뒤 재기 불가능해졌다.

길이라고 생각하며 따라갔던 길이 사라졌기에 이들은 방황하고 있다. 문제는 깨어진 인생공식을 정리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전통적인 농경사회의 의식과 가치를 가지고 살아왔다.

그런데 F세대들은 다르다. 이들은 산업사회에 익숙해진 사고를 하고 있다. 전통적인 사고의 틀을 가진 듯하면서 진보적인 성격이 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F세대의 부모님 세대는 전쟁 이후 생존이 목적이었다. 자식들에게 밥 먹이고 학교 공부를 시킬 수 있으면 최고였다. 자신들이 못 배워서 해야만 했던 육체노동의 그늘에서 자녀들이 벗어나게 하려고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세대였다.

그렇게 성장한 F세대는 생존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왜 사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하는 맹점을 드러낸다. 보고 들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인생을 살라는 말은 들었는데, 그러한 인생을 사는 사람을 가까이서 본 적이 없어서 가치 있는 삶으로의 전환이 어려운 것이다. F세대들에 대한 문제해결은 공동체에 달려 있다. 한국 사회는 그 동안 퇴직자들에게 재취업과 창업, 금융관리와 같은 교육들을 집중적으로 해왔다.

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F세대들을 위한 인생학교다. 자신들이 누구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이해, 내가 왜 사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는 인생의 목적 발견하기, 내가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소명찾기와 같은 내용들과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을 활용하는 방법들과 봉사에 대한 교육 등이 필요하다.

청소년기에 찾았어야 할 인생의 답을 이제서라도 찾아볼 수 있도록 한국 사회는 이들을 위한 교육공동체와 마음나눔을 위한 온·오프라인 공간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F세대 문제해결의 가장 궁극적인 답은 가정공동체에 있다. 가족보다 더 좋은 삶의 가치와 이유, 목적은 없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열망은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만국공통어와 같다.

나의 힘겨운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줄 수 있는 것은 가족이다. 가정 안에서 가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족가치를 찾아내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꿈을 격려해줄 수 있는 가족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중년은 희망이 있다.

모든 세대가 다 힘들다. 그러나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대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그리 어렵지는 않다.

leeyuesu@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