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치러진 일본 도쿄(東京)도지사 선거에서 화제의 인물은 당선자인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66)가 아니라 4위로 낙선한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65)였다. 다모가미는 현직 항공막료장이었던 2008년 한국·중국이 일본의 식민지배로 이익을 얻었고, 일본은 미국의 책략에 의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가 해임된 전력이 있는 극우 인사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인물이 예상을 뒤엎고 60여만 표를 획득한 것이 ‘이변’으로 꼽히면서 주목받은 것이다. 선거 캠프에서조차 30만 표 수준을 기대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선전이었다.

무엇보다 다모가미를 지지한 유권자 가운데 20∼30대 젊은층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 일본 안팎에 충격을 줬다. 선거일 실시한 아사히(朝日)신문 출구조사에 따르면 다모가미를 지지한 20, 30대 비율은 각각 24, 17%에 달했다. 20∼30대에서는 다모가미가 당선자 마스조에에 이어 지지율 2위에 오른 것이다. 반면 진보적 이슈로 꼽히는 ‘탈(脫)원전’을 내걸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맞섰던 전직 총리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76)는 20∼30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호소카와를 지지한 20, 30대 비율은 각각 11, 15%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일본의 젊은층이 우경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넷 우익’의 세력화

일본 언론들은 다모가미가 선전한 가장 큰 이유로 ‘인터넷’을 꼽고 있다. 우익 성향의 네티즌 ‘넷 우익’ 세력이 투표장으로 나오면서 실체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선거일인 9일 도쿄에 45년 만의 폭설이 쏟아지면서 투표율이 역대 세 번째로 저조한 46.14%에 그친 것도 인터넷상 우익들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다모가미는 출마 이전부터 트위터,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트위터 팔로어 수가 20만50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인터넷상에서는 영향력이 컸다. 여기에 우익 성향 네티즌들에게 점령당하다시피한 일본 인터넷의 특수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기록적인 득표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NHK가 선거 직전인 6∼8일 3일간 일본어로 작성된 모든 트위트에서 도쿄도지사 선거 후보들의 이름이 언급된 횟수를 조사한 결과, 다모가미는 20여만 건으로 1위를 차지하며 10만 건을 밑돈 당선자 마스조에를 현격한 차이로 눌렀다. NHK는 “다모가미의 트위터를 평소 구독해 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에서 관심이 높아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모가미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미즈시마 사토루(水島總)는 “‘넷 우익’이라는 말은 싫어하지만, 그들이 지지(세력)의 핵심이 됐다”고 했다.

◆“70년 전 패전의 역사, 떠안기 싫다”

1970년대 중·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출생한 일본의 20∼30대 젊은층은 1945년에 끝난 전쟁과는 거리가 먼 세대다. 거품경제가 붕괴된 1991년부터 20여 년간 경기침체를 경험하며 자라나 폐쇄적인 성향이 있고, 국가주의적 시각에 매료되기도 쉽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 아베 총리를 ‘국가주의자’라고 지목하면서 “70년 가까이 지난 패전의 짐을 더 이상 지고 싶지 않아 하는 젊은층이 아베 총리의 주장에 특히 공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키야마 노부마사(秋山信將) 히토쓰바시(一橋)대 교수는 “일본의 국가주의자들은 ‘착한 패배자’ 취급을 받는 것에 지쳤다”며 “더 이상 패배자가 되기 싫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역사 교육의 부재는 이 같은 경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등학교에서 일본사가 선택과목으로 지정돼 있는 데다, 우익 세력을 중심으로 전후 사관을 수정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어 젊은이들이 일본의 침략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한 지방대학에 재직 중인 한국인 교수는 연합뉴스에 “고등학교에서 일본사가 선택과목으로 지정돼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 역사를 제대로 배우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최근 일본 교육현장에서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반성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일본교직원조합 소속 교사들은 찾기 어려운 반면 우익 성향의 교사들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젊은층 투표율 저조…우경화 과대평가론

그러나 젊은층의 투표율 자체가 극히 낮은 상황에서 극우 성향 후보의 득표율만 가지고 우경화라는 결론을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넷 우익의 역습’ 등의 저서를 발표한 30대 문화평론가 후루야 쓰네히라(古谷經衡)는 블로그를 통해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와 비슷한 44.52%의 투표율을 기록한 1996년 참의원 선거의 20대 투표율이 25.15%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다모가미에게 투표한 20대는 전체의 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후루야는 “적어도 20대의 과반수가 투표를 했고, 그중에서 다모가미가 2위를 했다면 젊은층의 우경화 논리는 일리가 있겠지만, 극소수만 투표한 경우 그 결과를 그대로 ‘젊은이들의 의사’로 볼 수 있느냐”며 “여전히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관심이 있어도 업무와 학업에 바빠 투표하러 갈 상황이 안 된다는 것이 ‘솔직한 젊은이상(像)’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