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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간다고 느낀다. 50대의 한 해가 10대 당시의 1년에 비해 훨씬 더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올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2개월이 다 지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10대 청소년들에게는 ‘아직’ 2개월도 지나지 않은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처럼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감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가지 유력한 설명인즉슨 50세의 한 해는 일생의 5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비해 10세 때의 1년은 일생의 10분의 1이기 때문에 훨씬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는 해석이다. 10분의 1에 비해 50분의 1은 훨씬 적은 수임에 분명하다. 이 같은 설명을 ‘비례 이론’이라고 한다. 19세기 프랑스 철학자 폴 자넷은 이와 관련, “누구에게든 학창 시절 가운데 8∼10년을 기억해 보라고 하라. 그 당시에는 10년이 1세기처럼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떠올리면 1시간 만에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례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한 달, 한 해를 되돌아보면 분명 맞는 말이지만 매 시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한 시간을 단위로 생각한다면 결코 50대의 한 시간이 10대 때의 한 시간보다 빨리 흘러간다고 할 수 없다. 즉 비례 이론이 가진 문제는 어느 한순간에 시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하루를 보낼 때는 하루가 일생의 얼마만큼에 해당되는지 판단하지 않는다”며 “그렇게 판단한다면 50년간의 하루하루가 섬광처럼 지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시간에 대한 관념과 느낌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비례 이론의 맹점은 시간 지각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관심과 감정을 무시하는 데 있다. 따라서 시간이 왜곡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항들을 모두 설명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개인의 주관적인 시간의 경험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데 주관적인 경험은 측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이 기억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시간의 경험을 만들고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기억이다. 과거의 지각이 현재의 시간 경험에 미치는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시기별로 변동이 심한 시간의 특징을 만드는 것이 바로 기억이기 때문이다. 기억은 원할 때마다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능력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생각을 떠올리면 마음속으로 다시 그 상황을 경험할 수 있고, 제3자의 입장에서 기억을 바라보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기억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에 대한 이해력에 의존한다. 살아온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사건들을 시간대별로 나열하며 하나의 사건이 어떻게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게 됐는지 설명한다. 하지만 시간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자전적 기억’에 따른 것이다. 사람은 자전적 기억이라는 렌즈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 때문이다.

저자는 “감정과 두려움, 나이, 체온 등은 모두 시간의 흐름에 관한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준다”며 “집중 혹은 심리학에서 주의력이라고 부르는 요소도 마찬가지로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또 “시간이란 신체의 생리적 증상을 통해 입력된 사항으로 뇌 속의 신경세포 활동을 기반으로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는 지각에 불과한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시간에 대한 경험이며, 그것만이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시간 인식의 원리를 이용해 자신의 의지대로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전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말을 길게 보내고 싶다면 새로운 기억거리를 만들어야 하고, 원치 않는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면 머릿속으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이중 시간대 전략’을 써야 한다고 알려 준다. 회사를 경영할 때는 직원들에게 미래 시제보다 미래완료 시제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실용적인 팁도 제시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노하우가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한번 눈여겨볼 만은 하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