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출연 경력이 있는 증권투자 전문가가 유명 무속인에게 굿 비용으로 약 20억 원을 지급한 뒤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해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검찰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의 한 명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대기업 경제연구소 근무 경험이 있는 A(37) 씨는 지난 2009년 여의도에 유사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유치받아 자금을 운용해 왔다. 사설 투자 전문가인 A 씨는 인터넷 블로그에 투자 자료 등을 올렸고 증권방송에도 출연했다. 방송 출연 등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A 씨는 수십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A 씨는 투자금을 대부분 잃거나 굿 비용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 A 씨는 사업을 시작할 때쯤부터 무속인 B(여·31) 씨를 찾아갔고 “사업이 잘되게 해 달라”는 등의 명목으로 수십 차례의 굿과 기도를 부탁했다. A 씨는 그 대가로 한 번에 수백만 원에서 1억 원이 넘는 비용을 지급했다. A 씨는 “굿 비용 등으로 17억∼20억 원 정도를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B 씨는 지난 2011년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 ‘고소득 무속인’으로 출연한 인물이다.

A 씨는 굿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 투자를 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돈을 받은 혐의로 고소당했고, 사기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6월이 확정됐다.

A 씨는 투자금으로 받은 돈 상당액을 굿 비용으로 B 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고, 검찰도 A 씨가 다른 곳에 돈을 사용한 내역은 찾지 못했다. A 씨는 이후 “실제 굿과 기도를 해 줄 의사가 없음에도 고액을 받았다”라며 B 씨를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장기석)는 피고소인 신분으로 B 씨를 3∼4차례 불러 조사하고 A 씨와 대질심문도 했다. B 씨는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2∼3년간 20∼30차례의 해외 굿과 기도 명목으로 17억여 원을 받았다”며 “A 씨가 정당한 비용으로 지급한 것을 모두 인정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B 씨 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김병채·김대종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