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가운데 누구보다 떳떳하게 골프를 즐겼던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골프는 인생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골프도 인생처럼, 잡으려 하면 안 되고,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답니다. JP의 골프스윙은 정석에서 벗어나 어깨 위에서 한번 ‘둘러 메치는’듯한 폼이지만, 다운 스윙 이후 골프채를 ‘툭 떨어트리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에 늘 80대 스코어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톱 프로골퍼들의 스윙을 보면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골프를 잘 칩니다. 비결이 뭘까요. 혹독한 연습의 결과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프로들은 JP의 말처럼 ‘놓을 줄’ 알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골프로 인연을 맺은 21세기 리더들의 모임이라는 뜻을 가진 ‘골연 21’ 신년회에서 만난 ‘레슨 대부’ 임진한 프로는 ‘골프가 안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핵심은 골프를 잘 치려면 먼저 (힘을 빼고)‘놓을 줄’ 알아야 하는데 모두가 (힘을 주고)‘잡으려고만’하기에 골프가 안된다고 합니다. 70세에 골프를 배운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은 드라이버만 20개나 됐다고 합니다. 몸은 따라주지 않지만 짧은 비거리를 커버하기 위해 장타가 난다는 드라이버만 계속 바꿨기 때문이랍니다. 골프는 정복할 수 없는 운동이지만 정복하려 들기 때문에 골프가 피곤해진다는 말과도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임 프로는 몇 가지 레슨 비법을 소개했습니다. ‘골프여제’ 박인비가 골프를 잘 치는 이유도 골프채를 ‘잘 떨어트린다’는 점입니다. 백 스윙 이후 채를 바닥을 향해 놓듯이 툭 떨어트릴 뿐, 때리려 하지 않는 게 비결입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 90% 이상이 공을 때리려고만 합니다.

어린 학생들에겐 처음엔 그립과 어드레스 자세만 가르쳐주고 스윙을 시켜 본다고 합니다. 10번쯤 치다보면 잘 안맞는 사실을 깨닫고는 어느 순간부터 힘을 빼고 몸의 ‘반동’을 이용해 친다고 합니다. 이렇게 ‘헤드 무게’를 터득하면서 배운 스윙으로 300야드를 날리는 장타자로 발돋움한다는 것입니다. 한번은 태극권 고수를 초청해 국가대표와 프로선수들에게 눈을 감고 빈 스윙을 시켰더니 자세가 엉망이었고 합니다. 태극권은 상체의 힘을 빼는 데 최고의 운동 중 하나입니다. 근육이 약한 쪽으로 몸이 휘었는데 이런 훈련을 3개월간 하다 보니 눈을 감고도 정확한 스윙 폼이 잡혔다고 합니다.

임 프로는 눈을 감고 상체의 힘을 발바닥 쪽으로 떨어뜨리면 거리도 많이 나고 방향성도 좋아져 금세 스코어가 줄어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립은 소프트하게 잡고, 프로들처럼 어드레스 때 클럽을 흔드는 것은 상체의 힘을 빼기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시간날 때마다 어드레스한 채 눈을 감고 10분씩만 투자해보면 어떨까요. ‘올 파’라는 건배사 구호처럼 ‘올∼해도 파∼이팅’하세요.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