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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디, 오늘을 살다 / 김홍기 지음 / 아트북스

잉크빛 하늘 아래 다종다양한 빌딩의 숲이 드러나는 책의 표지는 이미화 씨의 도시풍경화다. 화가가 진청색이나 검정색 바탕에 은박과 빨강 검정 파랑의 원색으로 표현한 ‘도시의 회화’시리즈다.

저자는 익숙한 도시 풍경에서 대도시의 화려한 외관뿐 아니라 그 이면의 공허를 짚어내며 “서울, 사는 게 참 힘들다”고 속내를 드러낸다.

패션과 미술 분야에서 기획과 저술 활동을 펼쳐 온 저자. 이번 책에선 ‘젊은 미술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패션 용어인 ‘댄디’란 키워드와 더불어 거대 도시와 도시남녀의 삶을 주목한다. 빌딩의 스카이라인, 명멸하는 간판과 불빛의 화려한 향연에서 도시문화의 번성과 꽃피우지 못한 개인의 꿈을 짚어낸다.

둥근 얼굴의 동구리 캐릭터로 유명한 작가 권기수 씨의 작품에 다가서며 “행복한 댄디?”라는 물음을 던진다. 댄디란 흔히 옷 잘입고 매력적인 남자를 뜻하지만, 이 책에선 시대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외양과 정신을 가꾸며 우아한 삶을 추구하는 태도를 상징한다. 그저 외양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바꾸고 이를 위해 연대하는 인간”이라는 다소 긴 설명으로 저자는 댄디의 시각에서 그림읽기를 시도한다.

저자가 “같은 시대를 표현한 국내 작가의 시선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며 이 책에서 주목한 작가들은 34명이다. 권기수 변웅필 고찬규 윤기원 성태진 두민 씨 등 각종 전시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이름부터 신진까지 책 속 ‘젊은 작가’의 면모도 다채롭다.

찌들고 고단해 보이는 고찬규 씨의 인물화와 더불어 나와 너를 꼭 닮은 도시 서민의 자화상을 만난다. 또 푸른 물위에 흰 종이배가 떠있는 김혜옥 씨의 그림에선 온갖 시름을 물위에 흘려 보내라고 조언을 건네는 식이다.

현대인의 쇼핑중독을 은유한 김현정 씨의 여성인물화에선 이 시대의 ‘된장녀’를, 우종택 씨의 그림에선 줄서기에 급급한 40대 직장인의 모습을 되살린다. 미술작품에서 출발한 저자의 시선은 작가의 일상, 관심사와 연결되면서 도시로 확장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