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연속토론회 ‘정치 실패 극복을 통한 대한민국 희망찾기’의 첫 번째 순서로 4일 개최한 ‘시장 실패? 문제는 정치 실패다’ 토론회는 시장 실패로 치부하던 사회문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을 주문하는 자리였다.

한경연은 이날 “이번 토론회는 무분별한 국회의 입법 폭주, 정치적 이해 득실에 따른 예산 배분,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는 규제 확대, 재정건전성 악화와 같은 현실을 보면서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시장 실패만 이야기할 뿐, 더 심각한 정치 실패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윤상현 한경연 연구위원은 ‘국회선진화법을 통해본 한국의 정치 실패’란 주제의 발표에서 의사결정 규칙 변경이 초래한 사회비용을 추산해 큰 관심을 끌었다.

그는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기 전인 2008년 6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국회의원들 간 몸싸움으로 인해 지불한 기물파손비용은 7억5788만 원이고, 법이 시행된 이후인 2013년 3월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처리가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2008년)보다 23일간이나 더 지연된 데 따른 추가비용은 26억797만 원”이라고 추산했다.

윤 연구위원은 “국회선진화법은 최적의 의사결정 원칙과 절차적 요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 없이 통과돼 사회 비용을 급상승시킨 정치 실패의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현진권 한경연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과거 한국의 경제 기적은 경제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정치과정에서 무리 없이 경제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덕분”이라며 “현재는 엄연한 경제문제에서도 정치논리가 우선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이렇게 되면 국가경제의 미래는 어렵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나오는 경제민주화나 기업규제 등 대중영합적 정책과 사회계층 간에 분열을 조장하는 ‘착취적 정책’은 분명히 경제 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지적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