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러스트=안은진 기자 eun0322@munhwa.com

새해 결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관리다. 운동과 등산, 소식(小食), 규칙적 식사 등을 계획하지만 지속적으로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설을 맞아 몸 건강에 버팀목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책과 마음의 회복 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책들을 선정해 소개한다. 먼저 조선시대 명문가의 장수비결을 다뤘다.

이를 토대로 자기 집안의 건강 가훈을 만들어봄 직하다. 이밖에 ▲젊어지는 기술을 다룬 책인 ‘텔로미어’ ▲비만이 증가하는 이유를 탁월하게 설명한 ‘비만의 진화’ ▲낙관과 비관의 결정 요인을 날카롭게 분석한 ‘즐거운 뇌·우울한 뇌’ ▲불행하게 하는 감정습관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한 ‘감정은 습관이다’ 등도 소개한다.

명문가의 장수비결 / 정지천 지음 / 토트

‘늦게 벼슬길에 오르거나 귀양을 다녀온 선비 중에 장수한 사람이 많다.’

정지천(한의학) 동국대 교수가 쓴 ‘명문가의 장수비결’(토트)을 보면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당쟁의 물살에 떠밀려 다니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귀양을 갈 경우 오히려 건강해질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역설은 조선시대에 결혼과 벼슬을 늦게 한 경우 장수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관직에 있을 경우 기름진 음식과 과식, 잦은 술자리 등으로 몸을 해치게 된다. 타고난 몸의 리듬이 깨지면서 마음도 흐트러진 채 살아간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식사는 미덕이 아니라 성인병의 온상이었던 셈이다. 반면 억압된 상태인 유배는 형벌이지만 몸과 마음을 편히 하는 휴식과 명상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귀양을 가면 불가피하게 소식(小食)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고, 거친 곡물과 푸성귀 등이 오히려 사대부들의 장수 비결이 됐다. ‘명문가의 장수비결’에서 분석한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식생활 습관과 가문의 건강 비책 등을 살펴본다.

◆유배생활이 건강에 도움이 됐다= 조선시대에는 평균 수명이 40세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갑을 맞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70∼80세를 넘긴다는 것은 대단히 드문 일이었다. 정 교수는 “조선 정조 시해사건에 연루됐다는 누명을 쓰고 1777년에 제주도로 유배를 간 정헌 조정철은 무려 27년 동안이나 제주에서 귀양살이를 한 최장기 유배수였다”며 “제주도의 좋은 공기와 함께 기름진 음식을 먹지 않으며 고생을 했기 때문에 그는 88세까지 장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책에 따르면 이조판서·대제학 등을 지낸 서명응(1716∼1787)은 72세까지 살았다. 51세 때 함경도 갑산에 귀양을 가게 되자 8일간 백두산을 탐방하게 된다. 옆 고을인 삼수(三水)에 귀양 와 있던 친구 조엄과 함께 올랐다. 백두산을 유람하고 북극고도를 측정하려던 평소 소망을 이룬 것으로 그 감격은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켰다.

고산 윤선도는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음악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몸은 유배지에 있었지만 마음속은 늘 한가로운 자연 속을 거닐었다. 고산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음식인 비자나무 열매로 만든 강정을 먹은 것도 건강에 도움이 됐다.

◆사대부들의 또 다른 장수 비결 청빈= 부친이 54세였을 때 태어난 이익은 83세로 장수했다. 이황은 젊은 시절 공부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 몸이 약했지만 71세까지 살았다. 명문가 출신으로 건강하게 오래 산 사람들 중에는 청빈하고 검소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이황, 이익, 정약용 등이 대표적이다. 청빈한 삶을 살았던 이들은 소식하며 기름진 음식과 술을 즐기지 않았다. ‘성호사설’을 쓴 이익은 형 이잠이 장희빈을 두둔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역적으로 몰려 47세로 장살되자 벼슬할 뜻을 버리고 첨성리로 낙향해 학문에만 몰두했다. 생활이 어려워지는 변고를 겪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농사짓기에 전력했다. 양봉과 양계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검소한 생활을 했다. 그가 조직한 삼두회(三斗會)는 콩죽, 콩장, 콩나물 등 콩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절식하자는 취지로 만든 친척모임이었다. 콩을 통해 단백질 부족을 극복했다. 이익은 후천적 노력을 통해 장수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연암 박지원은 자식들에게 노동을 가르쳤다. 그 자신이 면천군수 시절에 흙벽돌을 찍어내는 틀을 만들고 그 테두리에다 다음과 같은 글을 써서 자식들로 하여금 경계하게 했다. “도간같이 근면한 이도 벽돌을 나르며 자기 몸을 수고롭게 했다. 이 일은 첫째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둘째 집을 넓힐 수 있어 좋다.” 지체 높은 군수였지만 노동하는 습관을 가짐으로써 건강할 수 있었다.

◆명문가들의 성생활= 명문가 자손들은 장수에 유리한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성생활도 사대부들에게 갱년기를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는 활력을 가져다줬다. 정 교수는 다산의 장수 비결을 식습관과 정신력에서 찾는다. 그는 나이 40대 초반에 유배지에서 음식 수발을 들던 22세의 청상과부와 자연스럽게 몸을 섞게 된다. 그에게서 손자보다 어린 딸을 얻었다. 다산은 개고기로 정기를 보충하고 적당한 성생활을 즐겼기 때문에 갱년기 장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영조도 66세에 정순왕후를 계비로 맞았는데 이때 왕후의 나이는 만 14세였다. 영조는 70세가 넘어서도 성생활을 즐긴 왕성한 정력의 소유자였는데 성기능의 핵심은 강한 신장이었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