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마돈나나 모델 케이트 모스가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군살이 전혀 없는 날씬한 몸매로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구기자입니다. 우암 송시열은 구기자차와 국화차를 마시고 국화 향을 맡으며 노화를 방지했지요. 구기자(枸杞子)는 구기자나무의 열매로 신장과 간장의 음기를 보충하는 효능이 커서 음기를 보충하는 보약에는 거의 들어가는 한약재이다. 신장(腎臟)의 기운이 건강과 장수의 핵심입니다. 명문가의 정갈한 종가음식도 그들의 장수비결이었습니다.”

정지천(53) 동국대 교수는 22일 문화일보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궁중음식 중 일부가 사대부가로 전해져 종가음식으로 계속 이어졌다”며 명문가 음식 레시피의 비법에 대해 귀띔했다.

그가 꼽는 명문가 선비들의 장수비결은 “절제와 소박한 음식, 건강관리를 위한 의학 공부”다. 그가 쓴 ‘명문가의 장수비결’에 나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연암 박지원은 젊은 손님이 오면 늘 술을 한잔하자고 사랑방으로 불렀다. 그 청년이 어려워서 술을 못하면 “그럼 내가 다 마심세”하면서 석 잔을 달게 마시고 나서 그 청년을 내보냈다. 손님이 와야 부인이 술상을 봐주니 그 청년을 사랑으로 데려갔던 것이다.

“연암 박지원은 술을 즐겼지만 황해도 개성 근처 연암에서 과수농사도 하고 벌도 치는 등 직접 농사를 지었습니다. 40세 때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고된 노동을 한 셈이지요. 하지만 농사가 뜸한 여름 한 철은 너무 더우니까 서울 집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빈둥거리며 유유자적한 것도 연암이 건강할 수 있었던 이유지요. 노동과 휴식의 균형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던 술도 절제했습니다.”

그는 귀양을 갔다고 해서 다 건강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잘라 말한다. 함경도 등 먹을 것이 없는 변경으로 간 선비 중 많은 사람이 영양 부족으로 오래 살지 못했다. 그는 “서포 김만중도 50대에 전라도 쪽으로 귀양을 갔는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슬피 울었다”며 “모친이 돌아가신 뒤 얼마 뒤 별세했다”고 말했다. 귀양을 가서도 악착같은 끈기와 뭔가를 이루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산 사대부만이 장수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동계 정온 선생이 중년에 10년이나 유배 생활을 했습니다. 노년에는 산골에 은거하면서 고사리와 미나리, 좁쌀을 주로 먹었음에도 장수할 수 있었습니다. 주된 요인은 서슬이 퍼렇다고 표현할 정도로 의기가 굳건했고, 고사리나 미나리 등이 건강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기가 막히는 기격증 치료의 묘약인 고사리는 불의에 저항하는 기개 있는 선비들의 울분을 내려주는 데 도움이 됐지요.”

정 교수는 선비들은 의약 지식에도 정통했고 자기 체질을 알고 적절한 자기 처방을 했다고 강조했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