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발표한 특별사면 및 특별조치는 ‘생계형 민생사범’이라는 원칙에 충실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정치·경제인은 배제됐고, 도로교통법 위반자들을 포함시킴으로써 대상은 당초 알려진 숫자를 넘어섰다. 특별사면 권한남용을 막으면서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28일 “사면의 공정성,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기준을 정해 거기 부합하는 사람들만 심사했기 때문에 ‘기준사면’이라 할 수 있다”며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과 기업인 등 기준에 맞지 않는 특수신분은 제외됐다”고 밝혔다.

취임 2년차에 처음 진행된 생계형 민생사범 등 5925명에 대한 특별사면(특별감형·복권 포함)은 역대 정부와 비교해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취임 첫해 김대중정부는 4만 명에 가까운 특별사면을 했고, 노무현정부는 3만 명, 이명박정부는 1만 명 안팎의 특별사면을 했다. 역대 정부는 취임 2년차에도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특히 이번 특별사면은 부패사범이나 강력사범, 중대 경제사범 등을 제외한 생계형 민생범죄를 저지른 초범 또는 과실범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정권 초기마다 정치권·경제계 인사 등을 포함시켜 국민 눈높이에 맞지않는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전례를 벗어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준 없는 사면에 대해 수차례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지난해 초 당선인 시절에는 이명박정부의 임기 중 마지막 특별사면 단행에 대해 “법적용이 공정해야 된다”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이런 잘못된 관행을 확실하게 이번에는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특별사면은 최소화하는 대신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감면은 대폭 늘렸다. 289만여 명에게 혜택을 부과하면서 일반 서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인한 벌점을 일괄 삭제하고 면허정지·취소처분 집행면제 등을 실시하면서도 음주운전자나 상습 법규위반자 등을 제외해 다시 한 번 원칙을 강조했다. 이 밖에도 어업인 면허 행정제재 감면도 포함됐다.

하지만 논란이 됐던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와 밀양 송전탑 반대시위 참여자들은 제외됐다. 성폭력·살인·강도 등 반인륜적 흉악범과 벌금·추징금 미납자들도 특별사면 대상이 아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