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경제의 최대 화두는 내수 활성화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글로벌 경기가 활기를 띠고 있음에도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는 내수 개선 없이는 경기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하지요. 내수 활기의 주체는 소비자인 국민 개개인입니다. 문제는 개인들이 돈을 쓰려면 자신의 자산 가치가 높거나 여윳돈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자산 가치가 뚝 떨어진 데다 가계소득의 상당액을 대출 등 빚 갚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 금융권과 부동산업계 통계에 의하면 1월 현재 가계자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은 2004∼2005년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입니다.

가계 자산가치 추락과 함께 소비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주범은 전셋값입니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수 년간 이자 한 푼 못받고 묵혀둘 수밖에 없는 전셋값은 지난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았지요. 실제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1년 동안 2012년 대비 무려 11%가량 뛰었습니다. 집값은 떨어지고 전셋값은 오르는 이런 상황에서 ‘소비 활기→경기 회복’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무에서 생선을 구하는 것)일 수밖에 없지요. 전셋값 상승은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해 나타난 현상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인 것, 월 6∼8%의 신용대출 금리가 3% 후반(전세 대출)으로 떨어진 것이죠.

올해 부동산 시장을 보는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해 볼 때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지 않고는 내수 활성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지요. 정부와 정치권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부동산 시장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손질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내수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남은 규제들인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용,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에도 나설 수 있습니다.

전셋값 상승에 시달리는 무주택자들이나 일반투자자들은 올해 이 같은 정부의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주택 수급 상황,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전셋값의 실질 가치, 화폐 가치 하락 등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62%를 훌쩍 넘어선 만큼 전세수요의 매매수요 전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수도권 전세가율이 65%선에 이르렀던 2000년대 초반 주택가격이 급등한 것도 감안하고요. 올해 부동산 시장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원하는 매물’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잡기가 쉽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올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는 전환의 시기가 될 수 있습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