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비방·중상 중지를 거듭 제안하는 등 연 닷새째 대남 유화메시지를 던지는 가운데 안보당국과 군 정보당국 등은 북한이 120만여 명에 달하는 재래식 병력의 일부 ‘감군(減軍)’을 단행하면서 ‘남·북 병력 동시 감축’ 제안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16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이른바 ‘중대 제안’을 내놓은 이후 “먼저 실천하겠다”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면서 ‘군축회담 대화 공세’의 일환으로 전격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설령 감축 제안을 내놓더라도 이는 병력 유지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고육지책’의 성격이 있는 데다 이를 대화공세로 포장해 국제사회 여론전을 강화하고, 남측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도발을 감행하는 명분을 쌓으려는 다목적 포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군이 써먹을 가능성이 있는 병력 감축 카드는 군축 협상의 여러 단계 중 초보단계로 거론된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재홍 연구위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모든 전략이 핵 중심으로 전개되고 기존 재래식 장비는 보조 개념”이라며 “핵·경제 병진노선을 추구하는 현 상황에서 재래식 전력 유지가 힘든 게 공격적으로 감축 제안을 들고 나올 수 있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도 이날 “북한이 남·북 동시 병력 감축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은 실제 군 전력에 영향이 없는 공병부대를 인민보안부 등으로 보내는 식의 꼼수를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보 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도 “북한이 무수한 사단 중 한두 개 사단을 택해 감축하는 것을 통해 대내외의 선전효과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이 이미 핵을 무기화한 상태에서 후방부대 사단을 줄이고 그 인력을 경제발전을 위한 노동력으로 돌려도 전체 전력에 차질이 없다는 판단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유화카드의 하나로 군축 카드를 들고 나온 경우가 있으며, 2000년도에 조명록 당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미국을 방문해 군축카드를 꺼낸 바 있다.

앞서 국가안보전략연구소는 2014년 전망보고서에서 “북한군 수뇌부에게는 핵무기 관련 부대의 확충과 함께 기존 120만여 명에 이르는 병력의 유지 및 재래식 전력 강화에 대한 부담이 새롭게 제기될 것”이라고 배경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당에 대한 군의 이권 요구 또한 불가피할 것이며 특히 군은 ‘정예화’를 명분으로 병력감축 필요성을 공식·비공식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군 총정치국을 위시한 군부의 경제분야 정책과제가 증대해 군부 내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실적부진에 따른 문책 등 다양한 부작용이 유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방승배·정철순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