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종호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이 지난 14일 한국 예술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인터뷰하면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민국예술원 근처 공원을 걷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유종호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은 한국 현대 비평사의 산 증인이며 한국 문학계의 큰 나무다. 많은 중견 평론가들이 그를 우리 시대 최고의 한국 평론가로 꼽고 있으며,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의 말을 경청한다. 그 이유는, 57년째 현역으로 맹활약하면서도 그의 글은 균형 잡힌 시각과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35년생이니 올해 세는나이로 80세인 유 회장은, 지난 1957년부터 비평 활동을 시작해 지금도 청년 못지않은 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엄정함, 문장 감각의 정확함과 긴장감 등으로 그의 비평은 표준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는 쉬지 않고 정진했고, 스스로를 성찰하며 자신의 문학사상을 거듭 갱신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실에서 유 회장을 만났다. 간결하며 깊이 있는 그의 문장처럼 유 회장의 모습도 단아한 품격이 있었다. 유 회장은 지난해 12월 20일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으로 취임했다. 대한민국예술원은 우리나라 예술의 창작 진흥에 현저한 공로가 있는 원로 예술인들을 예우하는 기관이다. 1955년부터 시행해온 대한민국예술원상은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유 회장은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인문정신문화 특별위원장이기도 하다. 이가 덜덜 떨릴 정도의 으슬으슬한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유 회장과의 인터뷰는 유난히 안온했다. 그의 미소가 편안함을 주었고 목소리도 따뜻해 북풍을 녹여버릴 듯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3시간쯤 이어졌다.

기자도 그의 책이라면 기회가 되는 대로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의 평론은 늘 읽는 기쁨과 날카로운 성찰을 통한 후련함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유 회장의 회고록인 ‘나의 해방 전후’와 ‘그 겨울 그리고 가을’(나의 1951년)을 읽었다. 유소년기에 겪은 일제와 8·15 광복 및 그 직후의 체험, 6·25전쟁이 마치 며칠 전의 일들처럼 생생했다. 6·25전쟁이 터진 직후 부친과 함께 들른 학교의 현관에서 마주친 한희요 교장의 복장이 ‘헌팅캡에 세로로 줄 단추가 달린 바지 차림’이었다는 기억의 기록 앞에서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유 회장에게 그 비상한 기억력의 비결을 묻자, “술을 안 마시고 담배를 끊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술·담배를 하지 않기 때문인지, 모습도 나이보다 훨씬 젊다. 이 두 권의 회고록은 일본어로도 번역돼 호평을 받았다. 유 회장이 쓴 ‘내가 본 영화’도 영화와 문학과 인생이 한데 어우러진 협주곡과 같은 책이며 문학적 아우라가 발산된다. 실제로 그의 영역은 다채롭다. 문학비평에 머물지 않고, 번역, 회상록, 영화비평 등 문화에 가해진 유 회장의 펜은 날카로웠지만, 문화에 대한 애정 또한 짙게 담겨있다. 그는 말했다. “문화에 대한 갈증은 인간 내부에 깊이 박혀 있는 것이므로 불경기나 생활고가 온다고 해서 쇠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경제가 위축된다고 해도 삶이 계속되는 한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것이다.” 유 회장은 “문화의 황무지에서 살아봤는데, 그때 느낀 삭막한 박탈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인문학 부흥의 시대’에 물이나 공기와 같은 당연한 듯하면서도 절실한 문화의 명제를 농축한 말이다.

―지금도 많은 한국 문학 작품을 읽으시지요. 57년째 비평 작업을 하시는 것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요즘 작가들의 작품은 어떻습니까.

“2012년 말까지 동인문학상 심사를 맡았는데, 다달이 해야 하는 독회를 감당할 수 없어 물러났지요. 그때까지는 작품을 읽은 편인데. 요즘은 그러지 못하니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어요. 젊은 작가들이 주류를 이루다보니, 젊은 세대의 일상, 내면, 행태 등 그들의 삶이 주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게 돼요. 우리 연배의 눈으로 보면, 작품의 깊이가 부족해요. 잔재치, 문체의 산뜻함, 젊은 세대의 언어유희 같은 것들이 청년세대의 눈에는 참신하게 보여 호의적 반응을 얻는 것 같아요. 오래 살아온 입장에서 보면 조금 가볍고 표피적입니다. 깊이 있고 넓게 세상을 보는 작가적 안목은 드문 것 같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반론입니다.”

―지금 시대의 좋은 작가로는 누구를 꼽을 수 있나요.

“세상을 깊이 있게 보면서 작품 세계를 독창적으로 꾸려나가는 작가가 몇 사람 있어요. 김연수라든가, 독특한 전통적 유머를 추구하는 성석제, 그리고 뛰어난 여류 작가들이 많습니다. 최윤, 김인숙, 신경숙, 은희경을 위시해 많은 사람들이 독자적 세계를 꾸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젊은 세대의 구미에는 맞는데 보편적 공감을 얻기에는 약하다고 얘기할 수 있어요. 독자에게 감동과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깊이가 있으면서도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심각하고 진지해야 하는데 그런 점은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젊은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는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는 저희 구미에는 맞지가 않아요. 제가 읽어본 바로는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은 고급 문학의 죽음을 재촉하는 허드레 대중문학입니다. 작품 속에 온통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어요. 불안의 계절에 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심약한 청년들에게 이 책은 마약과 같이 안이한 위로를 제공해줄 것입니다.”

―활자문화도 동요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패러다임의 변화를 오히려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가 필요할까요.

“활자문화가 동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문학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어요. 이른바 전자민주주의 시대가 되면서 책 문화는 젊은 사람들에겐 호소력을 잃고 있는 것 같아요. 청년들은 책에 대한 선호도가 없어요. 우리만 해도 책에 대한 경의와 애착이 있거든요. 책을 함부로 대하지도 않고. 젊은 사람들은 PC를 보고 유튜브 음악 등을 들으면서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감각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다릅니다. 책 문화라는 것이 원래 18∼19세기 중산 계급이 프라이버시란 안온한 공간에서 정신 집중을 하며 육성한 것이지요. 그런 가운데 상상 속에서 소설의 인물을 추적도 하고 동일시도 하고 그러면서 즐긴 것인데, 사이버 세계라는 것은 그런 것은 아니죠. 화면이 나타나면서 동시에 빨리빨리 움직이고. 그러니까 침착하게 앉아서 사색하면서 책을 보는 정신 풍토와는 많이 다르지요.”

―책 읽는 문화가 쇠퇴하면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가 부족해지고 한 국가의 지력도 저하되지 않을까요.

“우리 노년 세대의 생각은 그렇죠. 젊은 세대는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자아 형성을 하겠지요.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옛 그리스에서 그리스 말의 알파벳이 발전하여 급속히 퍼진 것은 기원전 8세기라고 해요. 쓰기라는 테크놀로지가 보급됨에 따라 플라톤은 크게 우려해 유보감을 표시했어요. 쓰기가 기억력을 약화시키고 씌어진 텍스트는 자기변호를 못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대화에 의한 진리 찾기가 어려워진다는 것도 말했어요. 그러나 쓰기가 의식을 고양하고 방대한 지식 저장을 가능하게 하면서 문화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였지요. 구두 문화에서 쓰기 문화의 전환기에 플라톤 같은 현자도 앞을 제대로 내다보지 못했다 할 수 있어요. 우리도 전환기에 있으니까 갖가지 우려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전자책 킨들을 보는데 종이책보다 불편한 점이 있지만 익숙해짐에 따라 장점이 더 실감돼요. 버릇 들이기 나름이니까 단정적으로 말 못하지요.”

전후 문학평론가 1세대인 유 회장은 1962년 청주교대를 시작으로 공주사대, 인하대, 이화여대, 연세대에서 강단에 섰고, 2001년 정년을 맞았으나 그 후 5년간 특임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오랜 교수 생활을 하면서 그는 보직 교수를 한 번도 맡지 않았다고 한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파문은 지식인 사회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오랫동안 교직 생활을 한 원로 예술가로서 유 회장은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고등학교의 교학사 교과서 파문 채택을 둘러싸고 외압 논란이 있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교학사 교과서나 그밖의 교과서를 직접 보지 못했고, 신문 보도를 봤을 뿐입니다. 그러나 보도 내용대로라면 기존 역사교과서의 소위 좌편향은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교학사 교과서는 국민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한 자 한 구 신중하게 만들어야 했는데 왜 허술하게 제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이 마땅치 못하지만 전체적으로 봐서 좌편향으로 알려져 있는 내용의 교과서 문제가 더 큽니다. 가령 내전이었는데 미군이 참전함으로써 국제적 성격을 띠게 됐다는 6·25전쟁관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브루스 커밍스의 주장에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그에 대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25전쟁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학계에서도 정리돼 가는 분위기 아닙니까.

“6·25전쟁에 대해서는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실증적으로 공들여 쓴 책이 있어요. 또 고르바초프 전 소련 서기장이 등장한 뒤 소련이 개방정책을 쓰면서 비밀문서가 다 개방돼 있어요. 새로운 사실과 사료가 밝혀지면 고칠 것은 고쳐야지요. 소련은 해방군, 미군은 점령군으로 왔다는 시각은 광복후 좌파의 주장입니다. 그 비슷한 시각으로 얘기를 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우리 쪽 문제를 과도하게 다룬다면 이 역시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독일과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오랜 앙숙이었지만 두 나라가 협력해 공히 동의할 수 있는 실증적 사실을 중심으로 공동의 유럽 역사교과서를 만들었습니다. 학문과 의견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중·고등학생들에게 혼선과 혼란을 주지 않는 국사책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 역시 큰 문제입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학자들이 대체로 동의할 수 있는 실증적 사실에 기초한 컨센서스를 만들어 거기에 입각해 좌우 편차가 크지 않은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라는 학생들에게 조국의 역사에 대해 헷갈리지 않는 이미지와 지식을 갖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역사 논쟁의 초점이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관련돼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6·25전쟁이 터졌을 때 서울을 버리고 후퇴했지요. 6·25때 보여준 행태나 부역자 처리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 대통령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점에 대해 수복 직후 국민에게 사과와 위로의 말을 하고 소수 극렬파를 제외한 부역자에게 사면령을 내렸어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인이 된 유병진 판사가 1952년에 쓴 책 ‘재판관의 고민’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행위 당시 행위자에게 적법한 행위를 하는 것이 기대되는 ‘기대가능성 이론’이 있어요. 그것이 없으면 행위자를 비난할 수 없고,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핵심입니다. 유 판사가 이 이론을 간접 적용해 다수 부역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자초지종이 적혀있어요. 이 대통령도 부역자를 관대하게 처리했다면 억울한 사람과 불만 세력 수효도 현격하게 줄고 국민의 지지도도 현저하게 높아졌을 것입니다. 그릇이 큰 선각자이고 먼 앞날을 내다보는 현실적 통찰력을 갖춘 인물임을 인정하는 것과 심정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건국 과정의 그의 공적은 이제 자명한 것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공이 많으냐 과가 더 많으냐는 것은 긴 역사적 시야를 갖고 바라봐야 할 일입니다. 5·16은 쿠데타입니다. 하지만 이성계가 쿠데타를 했다고 조선이 정통성 없는 왕조라고 할 수는 없지요. 준동하는 왜구도 정벌하고 고려 말기의 문란했던 토지제도도 정비하고 민심도 수습했습니다. 이성계의 공입니다. 그 후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고 세조가 경국대전을 만드는 등 조선조의 기초를 닦았어요. 치적과 시간이 정통성을 부여하는 것이지요. 5·16도 쿠데타로 시작했지만 그 이후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통해서 경제 대국이 됐습니다. 절대빈곤 퇴출이라 하지만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은 가히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경희대에서 1964년 10월에 5개 단과대 재학생(1000명 추정)을 대상으로 1999년과 2049년에 세계가 어떻게 변할까에 대한 설문을 했을 때 조사에 응답한 대학생들의 28%는 1999년 우리의 국민소득을 300달러로 예상했습니다. 이게 최상이었고 나머지는 200달러 이하로 봤어요. 우리의 성장은 기대치를 까마득하게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세대의 공통적인 실감이지요. 그런 맥락에서 제가 읽은 범위 내에선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박 대통령 경제정책 평가가 가장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의 또 하나 큰 업적은 산림재조성이에요. 김동인의 소설 ‘붉은 산’도 있지만 붉은 산은 한국 국토의 표상이었어요. 1950년대에 경부선을 타보면 좌우 양쪽으로 산에 나무가 거의 없었어요. 당시 한국을 방문한 미국 환경학자는 이대로 가면 한국은 30년 내에 사막화한다고 말했습니다. 1960년대 이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산림 재조성을 한 것은 세계적 모범 사례이며 우리가 자랑해야 할 역사적 업적입니다. 그것 하나만 가지고도 그는 역사적 평가에 값하는 인물이라 생각합니다. 과가 없는 정치가가 어디 있습니까? 다시 강조하지만 업적과 시간이 정당성을 부여하는 게 정치와 역사의 논리입니다.”

―가장 가까운 현대 역사에 대한 미시사적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의 현대사에 대한 기록 부족은 심각한 상황 아닙니까.

“일본의 경우 기록이 참 많이 있고 역사소설가는 조금만 부풀려 상상력을 발휘하면 얘기가 됩니다. 정치사 위주의 역사는 편벽된 역사입니다. 다수 사회 구성원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를 실감케 해주는 사회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요즘 인문학 붐은 거품일까요.

“외환위기 사태 직후 대학에서 인문학 지망자가 줄었고, 대학 측에서도 인문학 계통의 강좌를 감축했어요. 교양의 하락은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인문교육을 선도해온 독일,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인문학의 쇠퇴보다도 교양교육의 쇠퇴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인문학 붐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요즘 은퇴한 사람들이 인문학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를 통해 활력도 얻는 사례가 많습니다. 바람직한 일이겠지요.

“연만한 분들 가운데 문화적 갈증을 느껴 인문학 강좌 등을 찾는 이가 많아졌습니다. 논어에 소인이 한거하면 ‘위불선’이라고 했는데 도박이나 음주에 빠지는 것보다 아주 좋은 일입니다. 의사나 사업가 등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사람 중에도 인문학 공부에 시간을 바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도 있지요. 문화 강좌가 번창하면서 중년여성들이 많이 참여한다는 소리도 들리고요.”

―영미 비평계는 주로 텍스트비평인데 유 회장님은 그 위에 사회, 시대, 역사를 넣은 날카로운 평론을 하셨지 않습니까. 어떤 비평 태도가 바람직할까요.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요. 각자 자기 가치관과 취향에 따라서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것이지요. 거대담론의 일환으로 문학의 역할을 강조하는 지도비평도 있고 텍스트분석에 전념하는 비평도 있고요. 또 그 둘을 아우르려는 노력도 있고, 비평 대상에 따라 선별적 종합적인 방법도 있고요.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비평은 점점 독자를 잃고 대학에서 리포트 작성 때의 참고서로나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문학 위상 하락의 가장 현저한 사례가 비평인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저는 문학은 문체라 생각합니다. 비평도 문체적 매력을 가져야겠지요.”

―한국 문학이 세계에서 인정받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겠습니까.

“우리 독자에게 진정으로 호소하는 작품은 외국 독자에게도 호소력을 발휘하겠지요. 굳이 외국인의 인정을 받으려고 의식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인도의 타고르나 중국의 루쉰(魯迅)이나 일본의 노벨상 수상 작가들이 세계에서 인정받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 것이 아니지요. 좋은 문학, 자기의 내적 욕구나 갈망에 충실한 작품을 쓰면 되는 게 아닐까요. 저쪽에서 우리를 찾아오도록 해야지 우리한테 와보라고 소리 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닐 겁니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얘기해주시겠습니까.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옛날과 비교해서 놀라운 신세계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삶은 장거리 보행이니까 조그만 좌절에 낙심하지 말고 가고 싶은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뜻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인터뷰=예진수 문화부장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