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파비앙, 줄리엔 강, 후지이 미나, 샘 오취리, 샘 해밍턴(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외국인 연예인의 전성시대다. 이국적인 외모와 거침없고 솔직한 입담, 독특한 개성을 지닌 외국인 연예인들은 특히 각종 예능프로그램은 물론 드라마까지 방송가를 종횡무진 누비며 맹활약하고 있다. 외국인 연예인 1세대는 로버트 할리(미국)와 이다도시(프랑스). 이들에 이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방영된 KBS ‘미녀들의 수다’를 기점으로 따루 살미넨(핀란드), 에바 포피엘(영국), 구잘 투르수노바(우즈베키스탄), 후지타 사유리(일본) 등 빼어난 외모에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지닌 외국인들의 토크쇼가 전성시대를 맞으며 외국인 연예인 2세대가 큰 인기를 모았다.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외국인 연예인들의 행보는 보다 다양해졌다.

최근 외국인 연예인 3세대라 불리는 이들의 중심에는 ‘샘 해밍턴’이 있다. 호주 출신의 샘 해밍턴은 MBC ‘일밤-진짜 사나이’를 통해 뛰어난 예능감을 드러내며 2013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쇼 버라이어티 부문 신인상을 수상, 예능 대세임을 입증했다.

샘 해밍턴은 ‘진짜 사나이’ 외에 JTBC ‘마녀사냥’에서는 연애에 대한 솔직한 토크를 선보이며 토크강자로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 tvN 순정예능 ‘섬마을 쌤’에서 샘 해밍턴은 기존 감초 역할에 한정돼 있던 외국인 연예인들의 활동에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섬마을 쌤’은 샘 해밍턴과 브래드, 아비가일, 샘 오취리 등 한국 거주 평균 7년의 외국인 연예인 4인방이 섬마을 아이들의 방과 후 영어 선생님이 되는 이야기를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샘 해밍턴은 프로그램 진행을 도맡아 하는 것은 물론, 다른 외국인 연예인의 예능감을 이끌어주고, ‘한식 먹방’ ‘한국어 개그’ 등 자신만의 주특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외국인 연예인 3세대는 여세를 몰아 연기자로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일본 출신 후지이 미나와 프랑스 출신 줄리엔 강의 활약은 더욱 도드라진다. tvN 일일 시트콤 ‘감자별 2013QR3’에서 줄리엔 강과 후지이 미나는 외국인 커플로 등장해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고 있는 것. 줄리엔 강은 극 중 ‘서예지’의 전 남자친구로 등장해 빼어난 외모와는 반대로 어색하고 서툰 한국어 실력을 지닌 허당 매력으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 후지이 미나 역시 자주 넘어지고 부딪히는 ‘꽈당 미나’ 캐릭터로 귀여운 일본인 아가씨를 연기하며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줄리엔 강은 시트콤뿐만 아니라 KBS 예능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도 큰 키와 남다른 운동 실력을 뽐내며 외국인 연예인의 매력을 한껏 발산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외국인 연예인 3세대의 인기에 힘입어 새롭게 떠오르는 차세대 스타는 누굴까. 먼저 프랑스인 모델 파비앙을 꼽을 수 있다. 파비앙은 지난 3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의 더 무지개 라이브 코너에 등장해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일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 생활 6년 차인 그는 직접 끓인 된장찌개로 아침을, 부대찌개로 점심을 먹었다. 아울러 태권도 운동을 마친 후 목욕탕으로 가 때밀이 타월로 직접 때를 미는 등 한국식 목욕 문화를 즐기는 모습까지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친근감과 함께 큰 웃음을 안겼다. 파비앙은 단 한 번의 특별 출연만으로도 뜨거운 인기를 얻어 ‘나 혼자 산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파비앙의 고정출연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을 정도다. ‘섬마을 쌤’의 샘 오취리 역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유망주다. 가나 출신의 샘 오취리는 소탈한 인간미와 착한 품성, 남다른 한식 사랑으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국 김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샘 오취리는 최근 촬영차 방문한 완도에서 명예 홍보대사 격인 ‘김 면장’으로까지 위촉됐다. 예능 초보인 샘 오취리는 아직 방송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이지만 ‘섬마을 쌤’을 통해 진정성 있는 모습과 남다른 친화력을 발휘해 샘 해밍턴으로부터 ‘떠오르는 예능 신예’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는 2013년 KBS ‘개그콘서트’의 ‘맛있는 한국어’ 코너를 통해 개그맨으로 데뷔한 만큼 개그 실력도 뛰어나 tvN ‘코미디빅리그’에 특별 출연해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도 활약하며 다양한 매력으로 앞으로의 행보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우리 문화가 외국인에 대해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측면이 있어서 외국인이 방송에서 감초 역할 이상은 못했는데,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훨씬 개방적으로 변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이질감이 사라졌다”며 “외국인은 ‘새로운 얼굴’로 새로운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그들만의 강점이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점점 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며 “자연스레 방송·연예계의 외국인 연예인들도 늘어나 이들이 방송가의 한 축을 이룰 전망이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