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로 인해 한국경제에 ‘비상등’이 켜짐에 따라 금융당국이 1월 말 ‘가계부채 관리방안’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대책은 건전성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상호금융을 포함한 제2금융권의 여신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안과 변동금리·일시 상환 대출 위주인 주택대출 시장을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8일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1000조 원을 넘어선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건전성 규제가 은행에 비해 덜한 상호금융을 포함한 2금융권 대출 건전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 조만간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당장 2금융권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호금융 건전성 강화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조합의 자산은 느는데, 연체율은 지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상호금융조합의 총자산은 466조9000억 원으로 전년 말(457조2000억 원) 대비 9조7000억 원(2.13%)이 증가했고, 연체율도 1년 새 0.31%포인트 상승했다. 세부적으로는, 금융당국은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는 2금융권의 토지담보대출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2금융권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6.67% 수준으로, 전체대출 연체율(4.05%)보다 훨씬 높다.

금융당국은 또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장기·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지속 펼쳐나갈 계획이다. 주택담보대출의 만기 구조를 기존의 1∼3년에서 5∼20년으로 중장기로 분산하고,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공급을 크게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금융위는 정책 방향을 단기간 급격하게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것이 아닌, 안정적 관리를 통한 ‘연착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계부채가 늘면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가 침체되는 점이 있지만 급격하게 금융회사의 대출을 옥죄면, 10%대 금리로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던 사람들이 대부업 및 사채 시장으로 밀려나는 등 더 큰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고, 가계소득이 느는 등 거시경제 여건이 좋아져야 가계부채 총량이 줄어들 수 있다”며 “금융 부문에서 급진적인 대책을 내놓을 경우 부작용이 더 큰 만큼 저신용 다중채무자 대출 비중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등 연착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