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음식점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의 한 시중은행 지점.

이 지점은 고객들의 발길이 빈번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개인사업자 운영자금 및 시설자금을 지원해 준다’고 입간판을 설치하고, ‘타 금융기관 사업자 대출, 어린이집 대출 대환을 해준다’며 고객들을 유혹했다.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금융권이 가계부채 증가의 ‘뇌관’으로 꼽히는 자영업자 대출 늘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며 올인하고 있어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은 대환대출(타 은행의 대출을 갚아주고, 새로 대출을 해주는 것) 영업을 하는가 하면, 자영업자 대출 한도를 크게 늘린 상품도 출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7일 자영업자의 대출 한도를 2억 원으로 늘린 ‘우리동네 사장님 대출’을 출시했다. 대출금리도 최저 연 4.85% 수준으로 비교적 낮게 설정됐다.

아울러 제2금융권 회사들도 신용도가 낮고, 담보력이 부족한 자영업자에게 인터넷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중소기업·대기업은 리스크가 커 은행들이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대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액을 보면, 지난해 말 105조6000억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8조3000억 원(8.5%) 증가했다. 일반 가계 대출 증가율(2∼4%)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이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 늘리기에 주력한 하나은행은 2012년 말 12조8056억 원에서 지난해 말 15조1700억 원으로 1년 새 2조3644억 원(18.5%) 자영업자 대출이 늘었다.

캐피털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자영업자 대출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한 자릿수 금리로 ‘다이렉트로 대출’을 해준다며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당장은 연체율 등 건전성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경기악화 시 급격하게 자영업자 대출 부문 부실이 발생할 수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