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대기업집단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규제 강화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재계가 “더 이상의 규제는 불필요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4일 ‘최근 금융계열사 규제 논의의 문제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적정 수준의 금산분리 정책과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금융계열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나 금융·산업 분리(금산 분리) 강화 주장은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대기업 집단내 금융계열사의 비금융계열사 의결권을 5%로 축소하는 ‘공정거래법’개정안, 은행과 저축은행에만 적용되고 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카드·보험·자산운용·캐피탈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는 사실상 ‘금융연좌제’로 대상 법령이 49개에 이르는 등 과잉규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고서는 “동양그룹 사태는 실제로 금융계열사 규제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통해 동양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론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양증권이 부실계열사의 기업어음(CP)을 취급하다 발생한 문제는 위험성 있는 투자상품을 거래하다 일어난 것으로 판단해야 하며, 대주주의 지배권 남용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오류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금융상품 판매자와 구매자의 책임, 관리감독을 해야 할 시장 및 당국의 부주의에서 발생한 문제임에도 또다른 기업규제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미애 한경연 선임연구원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도 자유로운 경영활동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라며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기업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