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회사 크리스티가 지난 9월 중국 본토에서 첫 분관을 설립한 곳이 상하이(上海)다. 상하이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상하이현대미술관·히말라야미술관·민생현대미술관·와이탄(外灘)미술관 및 푸동(浦東)드래건아트갤러리 등 미술관 설립이 잇따랐다.

‘미술관의 도시’ 상하이에 한국의 학고재갤러리가 진출했다. 학고재는 상하이 예술특구인 모간산루(莫干山路)에 ‘학고재 상하이’를 20일 개관했다. 스위스계 초대형 화랑 샹(香)아트와 인접한 건물의 1층 231㎡(약 70평) 규모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경제의 중심지를 따라가는 것이 미술시장의 속성”이라며 “상하이 경제가 활성화하고 미술관들이 생겨나고 있는 이즈음이 중국 진출의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상하이엔 갤러리 등 미술회사가 488개에 이르고 연간 미술시장규모가 약 8990억 원에 이른다.

우 대표는 “한국 화랑으로선 35%대의 미술품 관세가 중국 진출의 벽이었으나 근래 상하이 경제특구가 면세지역이 되면서 비즈니스가 수월해졌다”고 덧붙였다.

한국화랑들은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을 앞두고 2005∼2007년 베이징·상하이에 분관을 냈다가 큰 성과없이 2010년을 전후로 철수했다. 학고재는 2008년 상하이아트페어에 참석하고, 국내에서 장환(張洹) 인치(尹齊) 등 중국작가 전시를 마련해왔으며, 올해로 개관 25주년을 맞아 중국시장에 들어선 것.

학고재 상하이의 첫 전시는 한국 작가 3명의 ‘시각과 맥박(眼壓)’전(사진)이다. 지난 20일 개막한 개관전에는 중국에서도 인지도 높은 홍경택, 이세현, 김기라 씨의 작품을 선보였다. 강렬한 원색의 연필, 볼펜을 꽃다발처럼 구성한 홍경택 씨의 유화는 크리스티홍콩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최고가를 기록했고, 이세현 씨의 ‘붉은 산수’도 홍콩아트페어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두 작가는 가로 7.5m가 넘는 대형 유화를, 김기라 씨는 캠코더를 길바닥에 끌고 다니며 베이징, 런던 등지에서 촬영한 퍼포먼스영상 3점을 발표했다.

우 대표는 “옛것을 본받아 새로움을 창조하려는 학고재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정신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상하이에서 확장시켜보겠다”고 밝혔다. 학고재 상하이는 모간산루 전시장 외에도 경제 특구에 제2 전시장을 강화, 앞으로 아시아 전문화랑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신세미 기자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