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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뭘 기대하나. 나도 정치판에 오래 몸담았지만, 정치인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결국 한·일 평화공존에 역할을 하는 건 시민사회이다.”

목사이자 중의원 7선을 지낸 도이 류이치(土肥隆一·74·사진) 전 일본 민주당 국회의원이 최근 독도 영유권과 역사왜곡 문제를 둘러싼 한·일 외교 갈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도이 전 의원은 2011년 2월 당시 한국 민주당 김영진 의원과 함께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선언문 발표에 참석했다가 일본 우익 세력의 공격을 받고 당직에서 물러났다. 당직 사퇴만으로 사태가 수습되지 않아 결국 탈당까지 했는데, 같은 해 3월 산케이(産經)신문의 보도 뒤 항의와 협박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최근 도쿄(東京) 중앙 우체국 인근 카페에서 만난 도이 전 의원은 “정치와 언론은 평화를 더 어렵게 만드는 존재인 것 같다”며 “한·일 관계 해결책은 민간교류뿐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민주당의 복당 요청이 있었지만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독도 영유권 관련 발언 등에 대한 명예회복 기회였는데.

“당직 사퇴와 탈당 과정을 거치며 언론과 정치에 극심한 불신이 생겼다. 일본 정치인들은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공부도 하지 않는다. 어린아이 수준이다. 다른 나라의 의견을 옳다고 하면 즉시 매국노가 된다. 다시 정치를 해도 어떤 주장이나 발언도 불가능할 것 같다. 게다가 지금은 한국에 우호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조차 쉽지 않을 만큼 우익 세력이 거세다.”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의 멘토로 불릴 정도로 신망이 두터웠다. 일순간에 매국노로 몰려 힘들었을 것 같다.

“탈당 전에는 국회의장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우익 매체가 나의 한국 활동에 대해 비난보도를 했고, 도쿄사무실이 즉시 폐쇄됐다. 재특회(在特會·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가 연일 소동을 피웠는데 온갖 험한 이야기는 그때 다 들은 것 같다. 잡지 쇼가구칸(小學館)은 “국회의원 중 제일 먼저 낙마시켜야 할 사람”으로 나를 꼽았고, 산케이신문은 매국노·국적(國賊·나라에 해를 끼치는 사람)·비국민(非國民·일제 강점기에 생겨난 말로서, 황국 신민의 본분과 의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다)이라고 모욕했다. 심지어 조선인이라고까지 했다. 해명 기자회견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7선 국회의원 출신으로서 한·일 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치인들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겠나.

“당연히 영토 때문이다. 위안부 강제 동원 문제도 있지만 결국 정치인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건 영토다. 해결책? 없다. 영토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해결하나. 국익을 추구하면 반드시 외국과 충돌하게 되어 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국유화해 일본이 중국을 자극했는데, 내 생각엔 그저 애매모호하게 내버려두는 게 평화를 위한 길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