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투어 프로의 골프백을 메고 다니는 투어 캐디들이 있습니다. 이들 캐디는 ‘보스’인 프로선수의 성적에 따라 ‘대박’을 터트리곤 합니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플레이오프를 동시에 석권한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의 캐디 가레스 로드가 최근 시가 30만 달러가 넘는 스포츠카인 페라리를 구입해 화제입니다. 스텐손이 올해 양대 투어에서 번 상금만 1000만 달러가 넘고, 여기에 보너스도 1100만 달러를 챙겼으니 캐디에게 떨어진 ‘떡 고물’도 웬만한 투어선수 수입에 못지 않을 법합니다.

이처럼 직업 캐디는 통상 주급과 획득 상금에 따라 일정 보너스를 받는 임금 구조입니다. 주급으로 1500∼2000달러, 우승시 받은 상금의 10%, 준우승∼톱10까지 7∼5%, 컷 통과시 3∼5% 등 성적에 따라 별도의 보너스를 받습니다. PGA투어 우승 한 번만 하면 캐디도 10만 달러 이상 수입은 보장되는 셈입니다. 미국에서도 명문대 졸업 후 좋은 직장을 다녀도 연봉 10만 달러를 넘는 샐러리맨은 10명 중 2∼3명도 채 안될 정도이니, 캐디 생활로 100만 달러 이상을 번다면 좋은 직업임에 분명합니다. 대표적으로 1999년부터 2011년까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캐디였던 스티브 윌리엄스는 매년 100만 달러 이상을 캐디피로 받았습니다. 보스 잘 만난 덕에 ‘황제 캐디’생활을 10년 이상 누린 셈입니다. 이런 호사를 누리지만 주인 눈에 거슬리면 한순간에 해고되는 ‘비정규직’의 찬밥 신세이기도 합니다.

캐디라고 다 호강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은 한때 PGA투어에서 대회당 평균 10만 달러 이상을 번 ‘A급 선수’였지만 2011년에는 캐디 급여도 못줄 형편까지 몰렸습니다. 부상으로 병가를 낸 앤서니 김은 10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기권과 컷 탈락 8차례, 겨우 2차례 컷을 통과했지만 받은 상금은 고작 3만3000달러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그가 캐디에게 준 급여는 6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캐디는 당장 봇짐을 싸 떠났습니다.

최근 국내 골프장에는 캐디 구인난으로 캐디피가 12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이로 인해 젊은 미혼 여성이 주류를 이루던 캐디가 이젠 30∼40대 아줌마 캐디와 프로 지망을 꿈꾸는 ‘오빠 캐디’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하우스 캐디는 시즌 때 월 400만∼500만 원을 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돈보다는 쉬운 일을 택하기 때문에 이직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는 달리 국내 골프 대회가 많아지면서 투어에서 캐디를 직업으로 하는 젊은 ‘전문 캐디’가 생겨나 유망 직업으로 등장했습니다. 아직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금 규모는 작아 가족들이 선수들의 백을 메거나 골프장 하우스 캐디를 임시 고용하는 편입니다. 전문 캐디는 하우스 캐디와는 달리 직업관도 뚜렷합니다. 전문 캐디 중에는 그나름 좋은 선수를 만나 웬만한 대기업 연봉 이상을 버는 캐디도 있다고 합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