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이 내년 원·달러 평균 환율을 1055원에서 1074원으로 전망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급격한 원화 강세로 내년 상반기 환율이 900원 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내년 환율 하락세가 더 심화할 경우 상당수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 하락과 채산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내년 연간 원·달러 평균 환율 전망치를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1074원, 현대경제연구원은 1070원, LG경제연구원은 1060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055원으로 각각 제시했다. 내년도 환율 예상치가 올해보다 더 떨어지는 것은 내년에도 경상수지 흑자 지속으로 달러 유입이 늘어나는데다 신흥국에 비해 탄탄한 한국의 기초체력으로 인해 원화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연구기관들은 설명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상반기 1060원, 하반기 1050원으로 전망했다. 특히 내년 연말에는 환율이 1020원 대까지 단계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소는 “올해 하반기 들어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과 경상수지 흑자 확대가 환율을 떨어뜨렸다”며 “내년에도 대외 불확실성 및 변동성 위험이 나타나는 가운데 단계적으로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연구원은 원·달러 평균 환율이 내년 상반기에는 1078원, 하반기에는 1070원 정도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내년 상반기에 1000원 선이 위협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내년에 유럽 주도 글로벌 경기회복 환경에서 원화 강세가 예상되며, 상반기 중 환율이 900원 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내년 상반기 해외수주 규모와 수출 경기 개선 속도가 빠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