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자회사 모토로라가 14일 첫 보급형 스마트폰 모토G를 공개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구글 사이에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은 최근 삼성전자가 집중하고 있는 영역으로, 구글이 모토G를 출시하며 영역을 침범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구글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타이젠 운영체제(OS) 탑재 스마트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양사의 긴장 관계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더욱이 구글은 웨어러블(몸에 입는) 기기 시장에도 뛰어들어 조만간 삼성전자와 직접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관련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모토로라 모토G의 출고가는 179달러(약 19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작인 모토X의 초기 출고가가 579달러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도 되지 않는 가격이다. 더욱이 모토로라는 최근 모토X의 가격을 2년 약정 기준 99달러까지 떨어뜨리며 보급형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업계에서는 모토로라의 이 같은 보급형 확대 전략이 삼성전자와 정면충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보급형 시장은 최근 삼성전자가 집중하고 있는 영역으로 지난 3분기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토로라의 신형 스마트폰 출시로 삼성과의 관계가 긴장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타이젠 탑재 스마트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쯤 타이젠 탑재 스마트폰을 공개할 예정이다.

최종덕 삼성전자 부사장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타이젠 개발자 서밋에서 “타이젠이 제3의 OS로 충분히 가능성이 높다”면서 “모든 면에서 경쟁 제품보다 뛰어난 OS”라고 강조했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구글은 경쟁을 앞두고 있다. 스마트 안경 분야에서 구글의 ‘구글글라스’가 상용화를 앞둔 가운데 삼성전자는 10월 ‘스포츠용 안경’이라는 명칭의 디자인 특허를 등록하고 관련 제품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스마트 시계 분야에서도 삼성전자가 ‘갤럭시 기어’를 선보인 데 이어 구글도 관련 제품의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는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OS 공급자와 단말기 제조사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점차 경쟁 관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