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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익 군국주의자라고 부르고 싶다면 불러라.”

지난 9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 주최 강연에서 군국주의자를 자처하는 발언으로 국제적 논란을 일으켰다. 자신을 군국주의자라고 비판하는 한국 등 주변국의 시각을 비꼬면서 “이웃에 군사 지출이 적어도 일본의 2배에 달하는 국가가 있다”고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20여 년간 매년 10% 이상 증가한 중국의 국방비를 감안하면,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 군국주의 국가로 불려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 영유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키운 중국이 군사력을 강화해나가자, 그동안 경제난으로 방위비를 감축해왔던 일본이 10여 년 만에 예산을 확대하면서 맞서는 모양새다. 2012년 현재 미국의 국방비는 6820억 달러(약 728조350억 원)이고, 중국은 1060억 달러, 일본은 466억 달러다. 아시아 정세의 불안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군비 경쟁 양상을 짚어봤다.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선 중국은 높아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굴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국방부가 발표한 지난해 국방비는 1060억 달러로, 위안화 기준으로는 2011년 대비 11.2%나 증가했다. 중국은 2010년을 제외하고 1989년 이후 해마다 국방비를 두 자릿수로 늘리고 있으며 아시아 전체 국방지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핵무기 보유국인 중국은 항공모함을 보유하는 등 군의 현대화와 첨단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군사전문 매체 디펜스뉴스가 지난 11일 공개한 미 의회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중국은 잠수함에서 발사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잠대지 핵탄도미사일을 연말까지 전력화할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중국이 운용 중인 094형 진(晉)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SSBN)이 올 연말까지 사거리 7000㎞의 잠대지 탄도미사일 쥐랑(巨浪)2를 탑재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앞으로 10년 내에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이 점유하고 있는 군사적 우위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094형에 이어 095형 크루즈미사일 탑재 원자력 추진 잠수함, 096형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추진 잠수함도 개발 중이다. 중국 공군은 지난 6월 장거리 공대지 크루즈미사일을 장착한 전략 폭격기 H-6K 15대를 일선 부대에 배치했다. H-6의 최신형 모델인 H-6K는 미국령 괌과 일본을 포함한 서태평양의 수상 및 지상 목표를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東風)-21D 지대함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1500㎞로 비록 괌까지 닿지는 않지만 서태평양의 미군 함정에 큰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지난해 정식 취역한 랴오닝(遼寧)함에 배치된 전투기가 2∼3년 내에 전투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고서는 2015년이면 중국이 대형 전투함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한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랴오닝함 외에도 2015년까지 동급 이상의 핵추진 항공모함 2척을 자체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등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놓고 ‘중국 위협론’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중국은 높아진 경제력에 비하면 매우 천천히 이뤄지고 있고 ‘방어적 목적’이라는 게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올해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백서는 중국이 견지해왔던 미국에 대한 방어적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공격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백서에 ‘미국’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겨냥해 ‘어떤 국가가 아시아·태평양 군사동맹을 심화시켜 자국의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이 지역에서 긴장국면을 자주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본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 인도 등 주변국과의 잇따른 국경·영유권 분쟁이 군사력 강화의 실질적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