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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현/前 국가정보원 1차장, 한림국제대학원대 초빙교수

최근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보유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공표함에 따라 이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에서 한·일 국방차관급회담이 개최된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향후 일본 측 입장을 봐가면서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기본 자세를 표명하고 있고, 국회는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현 시점에서 불길하게 느껴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베 신조 내각은 우리의 독도 영유권을 완전 부정하는 유튜브를 전 세계에 뿌리고 있고,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탈인권적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통해 과거 군국주의 깃발을 다시 올리려는 형국이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보유를 환영한 데 이어 영국과 호주 및 러시아까지 찬성 대열에 서고 있어 우리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국이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동맹으로까지 승격시킨 새로운 동맹정신을 벌써 잊었는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미국이 진정으로 아시아 회귀정책의 성공을 바란다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우방의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

미국이 동아시아 우방들의 진정한 파트너로 남기 위해서는 독일과 같은 역사 청산을 일본으로부터 받아내야만 한다. 이것이 미국의 신뢰할 만한 국제적 안보 리더십일 것이다. 이런 리더십 없이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미국과 동아시아에서 외교 갈등과 안보 위기만을 증폭시키는 신냉전을 초래할 것이다. 특히 우리에게는 북한 문제와 더불어 ‘한·미·일’ 대 ‘북·중’의 군사적 대결 구도를 촉발해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부합하도록 안보 협력을 내실화하겠다는 박근혜-시진핑 정상외교 성과를 위축시킬 소지도 다분하다. 이제 한국 정부가 취할 입장은 분명하다.

먼저, 미국이 일본에 독도 영유권 분쟁에 대한 영원한 종식을 선언토록 요청해야 한다. 미국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고 잘라 말하듯, 독도에 대한 우리의 실효적 지배와 역사적 영유권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한미동맹 관계인 만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한반도 유사 사태 시 미군의 대북 억지력을 측면 지원하는 제한적 역할을 하는 등 한계를 미리 설정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같은 안보적 공공재 역할을 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여론(47.3%)은 중국이 우리의 가장 큰 안보위협국이라는 인식을 표출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북한 급변 사태 및 남북한 통일 이후와 연계한 대비 전략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다. 최근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일본의 군사 대국화 움직임이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여론이 54.8%, 통일 이후 위협국은 일본이라는 여론이 38.4%로 높아지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 크다. 한반도 밖에서의 활동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유엔헌장상 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준용하되, 상황에 따라 전략적 융통성을 가지고 ‘선의의 무관심 전략(benign neglect)’이나 ‘불개입 원칙(non-intervention)’도 함께 고려해봄 직하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군비경쟁의 단초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 예컨대 ‘아세안지역 안보 포럼(ARF)’ 활성화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안보 정책은 일단 확정되고 나면 수정하기 쉽지 않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안보는 국가 간에 주고받는 힘의 게임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우리의 중장기 안보 전략 차원에서 미리 로드맵을 마련해 대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