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들어 의원입법이 과거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11월 현재 가결률은 7%대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 직전인 18대 국회 의원입법 가결률(13.6%)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역대 국회를 통틀어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그만큼 재탕 삼탕에 의한 졸속·날림 입법이 횡행하고 있다는 증거다.

여야 주요 정당의 정책위원회는 당 차원에서 추진하는 전략적 입법의 경우 발의 의원들과 상의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개별적인 행동 하나하나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30일부터 11월 7일 현재까지 19대 국회가 발의한 법안은 6815건에 달한다. 19대 국회가 의정활동을 시작한 지 1년5개월밖에 안 되지만 이미 18대 국회의 1만1191건의 60.9%에 이른다. ‘양’은 많아졌지만 이 중 동료 의원들의 표결을 거쳐 원안 혹은 수정안으로 처리된 법안은 491건으로 가결률 7.2%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18대 국회 의원발의 법안 가결률 13.6%의 절반 수준이다. 나머지는 폐기·철회(750건)되거나 미처리(5573건)된 상태며, 1건은 부결됐다.

재탕 삼탕에 의한 졸속·날림·과잉 입법 행태는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더 심각해지는 형국이다.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접수된 의원입법은 246건으로, 이는 지난 10월 한 달 동안 290건의 84.8%, 9월 377건의 65.3%, 국정감사 이전인 8월 362건의 68.0% 수준이다.

의원입법은 증가하지만 가결률은 낮아지는 현상은 15대 국회 이후 점차 또렷해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분석한 ‘국회의 의원입법 현황과 주요국 사례의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14대 국회에서 252건에 불과했던 의원발의 건수는 15대 국회 들어 806건으로 늘어난 뒤 16대 국회 1651건, 17대 국회 5728건, 18대 국회 1만1191건 등으로 2∼3배씩 급증했다. 하지만 가결률은 16대 국회 27.0%, 17대 국회 21.2%, 18대 국회 13.6% 등으로 하향 추세다.

보고서는 “법안 발의는 국회의원의 대표적인 입법권한이자 의무라는 점에서 의원안 발의 증가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의원들은 얼마나 많은 법안을 발의하고 입법에 성공시키는지 등 양적인 측면에 치중된 평가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