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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전체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에 불과한 것은 노동시간의 ‘양(量)’만 길었지, 그 ‘질(質)’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순한 노동시간은 세계 톱 수준으로 길지만, 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만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아 노동생산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1일 OECD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전년(2090시간)보다 73시간 늘어난 2163시간이나 된다. 이는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2226시간) 다음으로 긴 것이다. 노동시간이 가장 짧았던 네덜란드(1384시간)에 비하면 1.6배 수준이다.

노동시간이 길다보니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노동 집중도가 떨어져 생산성은 더욱 하락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연간 노동시간은 1790시간으로 우리나라 노동시간의 80% 수준이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구매력평가(PPP) 기준)은 53.4달러로 우리나라(26.2달러)의 2배가 넘는다. 단순히 노동시간만의 문제는 아닌 셈이다.

이처럼 낮은 노동생산성은 결국 경제성장률 전반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990∼2001년 연평균 6.3%에서 2002∼2010년 4.1%로 2.2%포인트 떨어졌다. 이 기간에 고용 증가율은 변화가 없었지만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둔화됐다. 1990∼2001년 연평균 5.4%였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2∼2010년 4.5%로 0.9%포인트 떨어졌다. 노동생산성 증가율 약화가 결국 경제성장률 둔화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향후 경제성장률 유지를 위해서도 노동생산성은 중요한 문제다.

이동렬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의 ‘산업부문별 노동생산성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를 유지하려면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3.9% 상승해야 한다. 또 2021∼2030년에는 같은 성장세 유지를 위해서는 노동생산성이 매년 5.1%씩 올라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성장률 2%만 유지하려고 해도 노동생산성은 2011∼2020년 연평균 2.9%, 2021∼2030년 4.1%의 성장이 필요하다.

이 연구원은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대에 2010년대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크게 높아져야 한다”며 “노동생산성 향상은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률 제고를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