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내 ‘혐한시위 구호’도 갈수록 험악

이미지 크게보기‘살벌’ 일본 우익 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16일 도쿄 신주쿠 거리에서 “조선인은 기생충” 등 구호가 적힌 피켓 등을 앞세워 반한 시위를 하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일본 내 혐한(嫌韓)·반한(反韓) 시위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시위 현장에서 등장하는 구호도 노골화·과격화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원유철(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외교부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일본 혐한·반한 시위대의 구호는 “독도를 반환하라”거나 “한국사람은 일본에서 나가라”는 정도였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항의하는 등 특정 사안에 대해 반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시위 구호의 표현이 한층 격렬해지고 있다. 지난 2월 9일 재특회(在特會·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 주최로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한인타운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한국인은 바퀴벌레다. 죽어라” “(한국인은) 해충이니까 살충제로 없애 주겠다”는 구호가 등장했다. 6월 16일 재특회 주도로 열린 신주쿠 한인타운 반한 시위에서는 “쓰레기는 휴지통에, 한국인은 조선에” “5만 인의 매춘부는 한국으로 가라”는 구호가 내걸렸다. 6월 3일 주삿포로(札幌) 총영사관 부근 시위에서는 “위안부는 실제 존재하였는가”라는 역사 사실마저 부정하는 황당한 주장도 나왔다. 최근에는 시위 현장에서 물리적 충돌 사태까지 빚어졌다.

시위 횟수 증가와 구호 과격화는 일본 내 우경화와 무관하지 않은 현상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보수우익을 대표하는 자민당은 2012년 중의원 선거와 올해 7월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특히 극우보수 정당인 일본유신회는 창당 3개월 만에 치른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54석이나 차지하며 원내 3당으로 부상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에도 일본에서 반한 시위가 있었지만 미미해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었지만 최근 급격히 늘어났다”며 “일본의 보수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일본 내 퇴행적 보수 세력의 발언에 불을 지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혐한 시위는 국치(國恥) 행위” “소중한 거리를 더럽히지 말라” 등 구호를 외치며 혐한 시위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단체와 시민들도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다. 최근엔 혐한 시위를 반대하는 대규모 ‘도쿄 대행진’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