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나노브릭 사옥 실험실에서 주재현(오른쪽 첫번째) 나노브릭 대표가 연구원들과 함께 ETD 잉크의 분산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수원 =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이것이 바로 오랜 노력 끝에 선보인 전기 투명도 조절 소재(ETD)입니다. 이 소재로 에너지 절감형 스마트 윈도 시장과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입니다.”

2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차세대융합기술원 내 나노브릭 사옥. 실험복 차림의 주재현 나노브릭 대표가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실험실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회사가 개발한 ETD 소재의 기능성을 점검하던 주 대표는 ETD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적극 설명했다.

나노브릭은 나노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기능성 신소재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소재 전문 기업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20년 넘게 잔뼈가 굵은 주 대표는 나노 입자를 레고처럼 조립해서 신소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갖고 지난 2007년 5월 회사를 설립했다.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산업용 소재를 만드는 기업이지만 나노브릭의 사업구조는 예상외로 간단하다.

시중 화학약품을 가져다가 나노 입자 형태로 제조하고 나노 입자의 표면 처리를 하는 것이 이 회사의 핵심 역량. 현재 색 가변 소재 및 반사형, 투과형 디스플레이 소재를 주력 제품으로 하고 있으며, 나노 입자 및 잉크 형태와 필름 형태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설립 6년 차로 직원 25명인 작은 기업이지만 이 회사가 보유한 소재 관련 국내외 특허는 100건이 넘을 정도다. 나노브릭 사옥 한편엔 국내외 특허증서 50장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만큼 기술력에 대한 회사의 자부심이 강한 듯 보였다.

현재 에너지 절감형 스마트 윈도 시장과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 받는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노브릭의 ETD 개발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기존 소재들이 전기 화학적 반응에 의해 투명도를 조절했지만 나노브릭의 ETD는 기존에 없었던 전기 영동기술을 이용했다.

나노 입자를 일정 매질에 균일하게 분산시킨 후 외부에서 일정한 세기의 전압을 인가하면 전극에 나노 입자가 이동하면서 투과도가 조절되는 원리다. 나노브릭의 ETD를 활용하면 전압의 세기를 조절해 밝고 어두운 색감의 조절이 가능하고, 입자를 전극으로 모으는 형태이기 때문에 투명 상태에서의 흐림도가 현저하게 낮은 장점을 가진다.

주 대표에게 앞으로 ETD가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 지를 물으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앞으로 ETD 소재의 전광판이 에너지 절감형 스마트 윈도우 소재를 대체할 겁니다. 전기선을 연결하지 않고 작은 배터리로도 구동시킬 수 있고, 기존엔 스마트 윈도우는 흰색과 투명도만 보여줄 수 있었는데 ETD 소재를 활용하면 검정색이 구현 가능해져 상당한 빛 차단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주 대표에 따르면 ETD 소재가 민간에서 활성화될 경우 자동차의 선팅이나 대형건물에서 강한 햇빛을 가려주는 가림막도 필요가 없어진다고 한다. 필름 형태로 제조된 ETD 소재를 자동차와 건물에 붙여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ETD 소재의 시장성을 확신한 나노브릭은 지난해부터 국내 디스플레이 대기업과 투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투과도 가변 장치를 함께 개발 중이며, 동시에 스마트 윈도용 광 투과율 조절 필름도 함께 개발 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150억 원을 투자해 현재 짓고 있는 경기 평택시 모곡동의 대형공장에서 본격적으로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주 대표는 “소재산업은 제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국가 기간 산업이고, 한번 개발한 소재가 성공하기만 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ETD 소재를 앞세워 앞으로 5년 내에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해 국내 대표 나노소재 기업으로 우뚝 서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수원 =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