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임기를 관통할 외교정책 제3탄으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내놓았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이은 외교기조의 완성판으로 정치외교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외연을 대폭 확대한 게 특징이다. 동북아 구상을 경제적으로 보완해 주는 동전의 양면성 성격도 있다. 박 대통령은 향후 유럽, 러시아, 중앙아시아 정상들과 만나는 기회에 이 같은 3대 기조를 들고 국제무대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꾀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를 통해 유라시아 지역에 ‘관문 한반도-경제대국 중국-자원부국 중앙아시아-선진 유럽’을 잇는 ‘경제·평화 공동체’를 구현해낸다는 구상이다.

박 대통령이 거대 담론으로 내놓은 야심작이지만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 전혀 제시되지 않은 것은 한계이자 향후 과제로 지적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콘퍼런스’ 개회식 기조연설을 통해 상세한 구상을 처음으로 밝혔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지점은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경제통합 구상이다. 현재 논의 중인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모두 연계시키자는 제안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표면상으로는 “무역자유화 논의를 가속화하고, 이들을 연계한다면 거대한 단일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미국·중국 간 충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와 이를 경계하듯 중국이 주도하는 RCEP가 현재 동북아를 무대로 부딪히면서 무역대전의 조짐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은 일본 견제를 염두에 둔 측면도 강하다. 일본이 미국 편에 서서 거중 조정 역할을 하면서 환태평양의 주요국 지위를 꾀하는 데 대한 공세적 대응이다.

유라시아 경제통합 구상을 통해 여러 갈등도 해결할 뿐 아니라 유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국가들을 상대로 한 세일즈·자원외교를 질적·양적으로 심화하는 노림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역대 정부의 철도·도로 연결 구상을 발전시켜 복합 물류네트워크 구축 방식으로 제안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에 답이 숨어 있다. 특히 주목되는 곳이 자원부국이자 한국 기업의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다. 유라시아 경제통합을 실현하는 데 있어 핵심 고리인 중앙아시아 진출에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유라시아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이를 통해 기존 4강(미·일·중·러) 중심 외교 기조에서 발전적으로 탈피, 다층적 외교 다변화를 이뤄낼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유라시아 대륙은 세계 인구의 약 71%가 살고 있고,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12개의 시간대에 걸쳐 있는 세계 최대의 단일대륙”이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 뒤 “유라시아 통합은 단순히 이상과 꿈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현실 가능성을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의 연계도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관문인 한반도의 평화는 유라시아는 물론 전 세계 평화를 위한 필수적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김상협·민병기 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