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인터넷주소 상용화’ 사업이 대규모 포털 사이트의 검색 시장 잠식과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좌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등에 따르면 한글인터넷주소를 사용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이 사업 출범 초기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진흥원에서 지난 2009년 시작한 한글인터넷주소 ‘.한국(닷한국)’ 사업은 초반에 22만 건이 등록될 정도로 인기였지만 이달 현재는 약 9만 건 정도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한국’ 사업은 인터넷 주소창에 ‘.kr’라는 영문 표기 대신 한글로 써도 사이트 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든 서비스로, 예를 들어 ‘서울시청’ 홈페이지에 가고 싶다면 인터넷 주소창에 ‘www.seoul.go.kr’가 아니라 ‘서울시청.한국’이라고 입력하면 된다. 또 다른 한글인터넷주소 추진 사업을 하고 있는 넷피아 또한 2004년까지만 해도 한글 도메인 주소를 갖고 있던 기업이나 단체들이 70만 개에 달했지만 현재는 약 30만 개 정도로 줄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용자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로 포털 사이트의 검색 사업을 꼽았다.

넷피아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메신저 등의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을 때 동의서를 꼼꼼히 보지 않는데 그 안에 ‘주소창에 한글로 입력할 경우 포털 사이트 검색으로 이동시키는 프로그램을 설치할 것’이란 조항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주소창에 한글로 검색하면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으로 이동하고, 이 경우 단순히 해당 기업의 웹사이트뿐만 아니라 자사 포털 사이트에 광고비를 낸 기업들을 함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