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북한에 대한 외교·경제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빌미로 무장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일본의 이 같은 행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안보 중시론’으로 연결되면서 주변국들 사이에서 군국주의의 부활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7일 미국 외교협회(CFR)의 실라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전략적 사고 속의 북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려는 일본의 노력은 최근 들어 점차 영향력을 잃고 있지만 북한의 도발은 자위대의 임무 전환과 교전 수칙의 변화를 유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의 대북한 영향력 상실의 근거로 지난 2002년과 2004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경우 두 차례 방북해 납북 일본인 문제를 논의하는 등 북한과 직접 협상을 시도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일본은 현안을 풀기 위한 외교·경제적 노력보다는 무장 강화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분석됐다. 스미스 연구원은 “최근 한반도 주변 정세의 변화로 인해 일본은 자국 군(軍)의 새로운 임무와 역량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패트리엇 미사일(PAC3), 스탠더드 미사일-3(SM-3) 등 미사일 전력 강화에 120억 달러를 투입했고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 예산 편성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스미스 연구원은 일본의 무장 강화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내에서는 중국의 군비 증강으로 역내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올들어 아베 총리 내각이 이 같은 복합적인 상황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 일본의 국제정책 어젠다에서 안보가 최우선 항목으로 부상한 가운데 주변국들 사이에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스미스 연구원은 일본 전문가로 북한핵 위기를 비롯해 한반도 문제와 아시아지역 안보를 연구해왔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