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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부자감세 철회(부자증세)’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인세 인상 주장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4일 ‘법인세에 관한 6가지 미신’이란 보고서를 통해 “개방화 시대에 법인세 인하 추이가 국제규범 수준으로 나가고 있는 데도 한국의 법인세 인하정책을 놓고 ‘부자감세’라는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소규모 개방화 국가인 한국이 법인세 인하를 통해 경제성장을 유도하려면 법인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우선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법인세 부담이 높아야 좋은 정책이란 인식에는 법인에 대한 잘못된 ‘미신’들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법인을 부자로 보고 재벌가와 동일시하며, 법인세를 재벌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법인의 주인은 전체 주주이며, 재벌가는 일부 지분을 차지할 뿐이어서 ‘법인=재벌가’란 등식은 성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법인세는 법인이 부담한다’는 것도 명목상일 뿐, 실제 부담 주체를 엄밀히 따지면 “여러 명의 경제주체들에게 전가된다”고 분석했다.

법인이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용축소, 상품 가격 조정, 투자자본 이동 등에 나서면서 ‘조세 전가’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법인세는 근로자, 소비자 등 국민 모두가 부담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약간 낮은 명목법인세율을 근거로 민주당 등이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보고서는 “법인세 수준은 국가의 경제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과세기반을 함께 평가할 것을 주문했다. 이런 시각을 반영한 지표인 실질법인세율(법인세수/국내총생산·GDP)을 보면 한국은 3.5%로, 전체 OECD 국가 중 4위로 높은 편이다.

현진권 한경연 사회통합센터 소장(한국재정학회장)은 “법인세는 국가의 미래 경제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이라며 “성장 친화적인 정책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