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조정래 작가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자신의 소설 쓰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위해 몰두할 때는 하루 2∼3시간밖에 숙면을 못 취하고, 때로는 꿈에서 문장이 선명하게 떠오를 때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민족작가’ 혹은 ‘국민작가’로 불리는 조정래 작가는 지금도 육필로 원고를 쓴다. 최근 건강진단에서 신체나이가 40대 후반으로 나왔다고 한다. 건강비결은 소식(小食)과 규칙적 식사, 국민보건체조다.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쓸 때는 하루 3∼5번씩 국민보건체조를 했는데, ‘정글만리’를 쓸 때는 7∼10번씩 체조를 했습니다. 정확한 동작으로 체조를 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도 상쾌해집니다. 좋은 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가 있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잘하기 위해 긴장하는 것은 좋은 스트레스이며 오래 사는 비결입니다.”

이 같은 활력이 대하소설을 쓰는 원동력이다. 1983년 ‘태백산맥’을 현대문학지에 연재한 뒤 조정래의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등장인물 480명에 원고지 1만6500장짜리 소설 ‘태백산맥’은 분단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3부작은 민족사를 꿰뚫고 있다. 모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지금도 꾸준하게 팔리고 있다.

그는 2005년 한국이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 주빈국으로 참여했을 때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에서 한 독일 평론가가 ‘당신은 32권이나 되는 대하소설들을 쓴 세계기록을 세웠는데 유럽의 독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묻더군요. 그때 저는 태백산맥이 일본어로 번역됐을 때의 얘기를 들려줬지요. 당시 일본 평론가는 ‘태백산맥은 한국전쟁에 대한 얘기일 뿐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백과사전이다. 세계 강대국들이 약소국을 괴롭힌 아픔이 얼마나 큰 건가에 대한 배움을 주는 소설’이라고 썼습니다. 나는 독일 평론가에게 ‘서양인 당신들은 200년간 식민지 지배만 하지 않았느냐, 나는 약소국의 슬픔과 괴로움을 대변한 작가’라고 말해줬습니다.”

그와 김초혜 시인은 잉꼬부부로 유명하다. 그에게 김초혜 시인이 어떤 존재인지 물어봤다.

“나에게 김초혜는 날로 새롭게 피어나는 꽃입니다. 사람들이 닭살부부라고 하는데, 그럴 때 나는 ‘사람들이 육체로만 사는 게 아니라 육체와 영혼이 함께 사는 것 아니냐. 날로 피어나는 꽃일 수밖에…’라고 대답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