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파동을 계기로 ‘원박(原朴·원조 친박근혜)’이 세(勢)를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누리당 내부에서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신박(新朴)’, ‘복박(復朴)’ 등 단순 친박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확고한 원박이 나서 당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박이 아닌 친박들은 별도로 독자 행보를 보이고 있어 친박 분화와 새누리당 권력재편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는 친박→탈박→복박을 거듭한 진 전 장관이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항명하며 물러난 것을 계기로 원박이 뭉쳐야 한다는 여론이 원박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형성되고 있다.

진 전 장관이 ‘왔다갔다 한 사람들은 결국 충성심이 약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려면 처음부터 줄곧 박 대통령과 함께한 원박이 세를 모을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원박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의원은 “계속 한솥밥을 먹어야 그 집이 어떤 밥을 해먹고 어떤 국을 끓이는지 알고 원래대로 음식을 준비하지 않겠느냐”며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국정운영 방침을 공유하는 사람이 대통령과 함께 가야 삐걱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나갔다 들어왔다 한 사람들이 충성심이 약한 건 사실”이라며 “그런 면에서 원박이 나서야 한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원박 의원도 “대통령이 이번 일까지 겪으며 원박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2004년 대표시절부터 시작해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을 함께 치렀고 근 10년간 동고동락한 것은 우리뿐인데 결국 충성심 면에서는 원박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혁성향 의원들을 비롯해 당내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청원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대표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원박이 아닌 친박이나 탈박들의 독자세력화와 이에 따른 친박 분화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표적으로 탈박과 복박을 반복했던 김무성 의원은 최근 역사교실 등을 만들어 100명이 넘는 당 소속 의원들을 끌어모으는 등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측근이었지만 견해차를 보이며 멀어진 뒤 활동이 뜸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차세대 TK(대구·경북) 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