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논설위원

유사시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방공망을 갖춘 휴전선 이북 평양 상공 레이더망을 피해 몇 분 내에 쥐도 새도 모르게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F-35A와 F-22 랩터 등 5세대 전투기만이 가능하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직후 미국의 최강 스텔스 전투기 F-22가 한반도에 나타나자 김정일이 한동안 지하 벙커에 숨어들었고, 올해 3, 4월 B-2 스텔스 폭격기와 F-22가 한반도에 전개되자 이번에는 김정은이 지하 벙커에 들어가 작전 지휘를 한 것은 5세대 전투기의 가공할 위력 때문이다.

동맹에도 등급이 있다. 미국 정부가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F-35A 판매 요청을 거부한 대신 4세대 전투기인 F-15SA 84대를 2011년부터 판매한 것은 이스라엘 때문이다. 미국은 2016년부터 이스라엘에 F-35A를 넘겨 중동의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만도 F-35A 구매를 요청했지만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미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정부는 3차 차기전투기(FX)사업과 관련, 다른 기종과의 혼합구매, 분할구매 등 다양한 사업방식을 검토중이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등에 대항할 비대칭 전략무기인 스텔스기 없이는 동북아에서 2류 공군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역대 공군 참모총장들이 청와대에 스텔스기 도입 호소 성명서를 보낸 이유다. FX사업 단독 후보까지 올랐던 미국 보잉사의 F-15SE가 경쟁 3사 중 종합성적 2위에도 불구, 최종 부결된 것은 1위인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A와의 현격한 점수 차가 결정적이었다. 미래전의 ‘방패’에 해당하는 스텔스 기능이 이번 종합평가에서 전투기 전체 성능의 70∼80%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스텔스 기능은 미래 전투력의 핵심이다. 4세대 전투기인 F-15SE를 개량해 스텔스 기능을 보강하더라도 처음부터 스텔스 기능을 염두에 두고 설계 제작한 5세대 전투기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스텔스는 미래 공중전에 앞서 전투기 시장의 판도마저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작용한다. 미국 공군 보고서는 F-35A 공군형은 기존 4세대 전투기와 비교해 공중전 수행능력은 4배, 공대지(空對地) 능력은 5배 이상, 정보감시정찰 임무는 3배 이상 성능을 발휘하며, 생존성은 3∼4배 높다는 종합평가를 내렸다. 미래전의 ‘창’인 스텔스 탐지 레이더 기술 역시 스텔스 기술을 습득한 뒤에야 가능하다.

2016년부터 42대, 장기적으로 100대까지 F-35A를 도입하기로 한 일본이 기체의 부품 40%를 국산화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일본 국내에 F-35A 최종 조립 점검 시설을 설치해 미쓰비시중공업이 자체 개발중인 스텔스 기술실증기 ‘신신(心神)’에 활용, 독자 스텔스기 F-3 개발을 위한 포석이다. 러시아의 PAK FA, 중국의 J-20과 J-31 스텔스 전투기를 따라잡기 위한 ‘동북아 공중전’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은 일본의 독자 스텔스기 개발 과정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K-FX 사업 성공의 열쇠 역시 독자적인 스텔스 기술 확보에 달려 있다. 1992년부터 독일에서 잠수함 완제품을 들여오면서 핵심 기술을 확보한 장보고 사업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2020∼2030년 비대칭 전략무기인 3000t급 잠수함을 우리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장보고Ⅲ 설계작업이 진행중이다. FX사업의 최종적인 국가 전략목표는 스텔스 독자 기술 확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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