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대공수사권 폐지 등 국가정보원 개혁안을 확정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와 반대되는 주장을 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2006년 야당이었던 한나라당도 국정원의 정치개입 차단과 의회통제를 강화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야가 자신들의 위치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26일 문화일보가 과거 대통령의 국정원 발언을 분석한 결과,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국정원 대공수사·국내정보활동에 대해 지지발언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른바 ‘X파일사건’으로 알려진 국정원 도청사건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2006년 3월 23일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개혁을 할 과제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가면 제도적으로 크게 개혁하지 않아도 된다”며 “지금 (국정원)수준은 대통령이 민주적이면 민주적인 기관이 된다. 혼자서 나쁜 일 하지 않을 수준까지 와 있다”고 평가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국정원 개혁은 이미 충분히 이루어졌다는 인식을 피력한 것이다.

이후 당시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현 민주당 대표)는 국회 정보위원회 임종인 의원 등의 수사권 폐지 등 법개정 추진에 “여유를 갖고 검토해 보자”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이에 앞서 2005년 1월 20일 국정원 방문행사 때 국정원 개혁에 대해 “아주 만족한다. 100점이다”고까지 호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9년 3월 17일 이회창 총재와의 여야 총재회담에서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당시 정치공작을 하는 ‘안기부의 국회분실’이라는 의혹을 받았던 국회 사무실 529호 폐쇄 등을 약속하면서도 “그러나 국정원이 정보수집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강력한 국정원 개혁을 추진했던 이종찬 전 국정원장도 1998년 6월 8일 관훈토론회에서 “국가차원의 종합 정보분석과 판단을 위해 정치분야 정보수집과 분석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역시 노무현 정부의 김승규 전 국정원장도 2006년 4월 27일 국회 정보위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사기관은 반드시 필요하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안보상황을 고려해서라도 수사권은 국정원이 보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반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도 야당시절에는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차단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정원 도청 사건 이후인 2006년 3월 당시 한나라당 의원 19명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당내에 ‘국정원 폐지 및 해외정보처 추진기획단’을 만들고 여러 의견을 모아 국정원 개혁방안을 완성했다. 당시 한나라당 안은 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민주당 안과는 달리 대공수사권을 존치시키는 대신 검찰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한나라당안에는 특정 정당 및 정치인에 대한 감시·동향파악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